국제 국제일반

줄줄이 中 찾는 유럽정상…"겉으론 평화 외치지만 속내는 무역강화"

수출입 비중 1~2위인 中 의식

방중단에 기업 경영진 등 포함

양국 경제협력 논의 이어질 듯

리창(왼쪽) 중국 총리가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리창(왼쪽) 중국 총리가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작년 11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경계에 찬 시선을 보냈던 유럽에서 정상급 인사들의 방중이 잇따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러시아 군사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목적으로 거론되지만, 실제로는 긴밀해질 대로 긴밀해진 중국과 유럽의 경제적 관계 관리가 최우선 관심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1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5~7일 중국을 방문해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자 회동을 한다고 밝혔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지난달 31일 시 주석을 만났으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상반기 중국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숄츠 총리의 방중 당시 EU 간부가 “중국이 EU의 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섯 달 만에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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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은 방중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밀접해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견제를 말하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달 20~22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것을 기점으로 서방에서는 중국의 러시아 군사 지원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이에 따라 소식통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연설에서 중국의 향후 대러 정책이 EU와 중국 간 관계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유럽 정상들의 실제 초점은 중러 관계가 유럽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고 나아가 중국과의 무역을 강화하는 데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미국(22%) 다음으로 크다. 수입액에서 중국의 비중은 23%로 미국(13%)을 훌쩍 웃돌았다. 또한 유럽이 수입해오는 광물 중 중국산 비중이 마그네슘 93%, 희토류 99% 등으로 상당히 높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서방에 대중 제재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중러 관계 강화가 유럽의 입장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상황인 만큼 지난해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을 설득하기보다는 비판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유럽이 태도를 바꿨다는 분석이다.

테레사 팔론 유럽아시아연구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방문이 무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평화 세탁(peacewashing)’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단에는 에어버스·알스톰 등 프랑스 기업 경영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역시 프랑스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역할뿐 아니라 양국 간 무역도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역시 유럽의 이 같은 상황을 간파한 듯 푸충 주EU 중국대사가 지난달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의 보호주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제정신이라면 누가 중국처럼 큰 시장을 포기하겠느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대중 매파’로 꼽히는 인물인 만큼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현재 답보 상태인 EU와 중국 간 ‘포괄적투자보호협정(CAI)’ 재검토를 지렛대 삼아 논의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CAI는 양측 간 공정경쟁 환경 조성 등을 골자로 한 협정으로 유럽의회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비준을 보류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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