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기자의눈] 해외부동산 펀드 현황 밝혀야

서종갑 증권부 기자

서종갑 증권부 기자서종갑 증권부 기자




요즘 금융감독원과 실랑이 중이다. 2019~2020년에는 발표했던 업계 현황을 올해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다. 해외 부동산 펀드 환매 연기·손실 실태를 알려 달라고 문의했더니 “평가손 자료도 포함될텐데 손실 확정 전 현황이 공개되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둥 온갖 이유를 대며 안 된다고 했다.



과거에도 그랬나 싶어 알아봤다. 아니었다. ‘2019년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 현황’ 자료가 버젓이 있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아 공개한 통계였다. 자료에는 국내에 설정된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 401개(설정액 49조 1000억 원)의 각각의 이름과 수익률까지 적혀 있었다. 전체의 48%인 191개가 손실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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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은 또 있었다. 2020년 12월 16일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이 낸 ‘해외 부동산 펀드 현황 및 대응 방안’ 자료다. 문건에는 “향후 경기 회복 지연 시 펀드 수익이 하락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형 펀드는 중·후순위 비중이 커 신용 위험 우려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펀드 현황을 공개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었다.

왜 굳이 자료를 감추나 의문이 들었다. 기존 자료에서 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2020년 기준으로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가 7조 7580억 원에 달한다. 당시 설정액(51조 4495억 원)의 15.1%를 차지하는 큰 액수다. 내년에는 이 규모가 올해보다 더 많은 8조 4408억 원으로 늘어난다.

마침 고금리와 경기 침체 문제로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금감원이 우려하던 ‘엑시트 리스크’ ‘신용 위험’이 코앞으로 닥쳤다. 누구라도 해외 부동산 펀드에 상당한 부실이 있음을 짐작할 만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걱정해 자료 공개를 꺼리는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부실 현황을 감출수록 시장의 불안 심리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미국·유럽에서 연쇄 금융위기가 발생한 기저에도 불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금감원이 지금 해야 할 임무는 부실 현황을 명확히 밝히고 선제 대책을 내놓는 일이다. 시장의 신뢰는 언제나 투명한 소통에서 시작한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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