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4조 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단행하면서 애플의 발주 물량을 삼성이 수주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에만 적용 중인 OLED를 내년 출시될 예정인 아이패드 라인에도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약 30조 원의 현금을 바탕으로 대형 OLED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지 여부도 관심사로 꼽힌다.
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이번 투자는 2019년 발표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투자(13조 원)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시기 패널 수요 폭증에 따른 스마트폰 OLED 사업 호조 등을 바탕으로 양호한 현금 흐름을 유지해왔다. 이렇게 쌓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2조 7872억 원에 이른다. 모회사인 삼성전자에 20조 원을 대여해주기로 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10조 원의 투자 여력이 남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과거 선제적 투자로 압도적 영업이익을 올려왔는데 이번 투자도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를 차세대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디스플레이 분야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다양한 제품군에 OLED를 탑재하기로 결정하며 시장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애플은 내년 출시할 10.9형과 12.9형 크기의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 OLED 패널을 처음으로 장착하고 맥북·아이맥까지 OLED의 탑재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에이수스·델 등 글로벌 주요 정보기술(IT) 제조사들도 고부가 노트북 제품을 중심으로 OLED 패널을 줄줄이 도입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IT 디스플레이 시장 내 OLED 비중은 2021년 3.9% 수준에서 2027년 23.6%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애플 등 주요 고객사 중심의 영업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그간 아이폰에 탑재되는 OLED 패널의 70% 이상을 공급해왔다는 점에서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을 갖췄다. 앞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 정보 디스플레이 학술 대회’에서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하겠다”고 언급하며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투자에 따라 생산량도 확대된다.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연간 약 450만 장 생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투자하는 8.6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 장까지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