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로 공분을 산 가운데 그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한 외국인 여성이 재판 중 정씨 측의 과도한 추궁으로 구토와 복통 등을 일으켰다. 재판 과정에서 정씨 측이 피해 사실을 상기시키는 비슷한 질문을 6시간 30분간 반복한 탓에 2차 피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나상훈) 심리로 진행된 정씨의 준강간 등 혐의 공판에서 홍콩 국적의 20대 여성 A씨가 지난 3일 증인으로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첫 재판이 열린 이후 피해 고소인을 증인으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증인의 사생활과 신변 보호를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며 “피해자가 피고인 앞에서 진술하는 것도 부적절한 만큼 피고인도 퇴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속기소 돼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정씨는 판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연신 왼쪽 손을 귀에 갖다 대기도 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재판은 6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끝에 오후 8시30분께 끝났다. 정명석 측 변호인들이 증인을 상대로 검찰 측과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명석 측 변호인들이 고소인을 압박하는 듯한 질문을 반복해 2차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증인 측 정민영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측 증인신문은 두 시간여 만에 끝났는데, 정씨 측 변호인들이 반대신문에서 이미 수사기관에서 했던 질문을 하고 또 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그는 "변호인들은 '피해자가 오히려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어 했던 것 아니냐', 'JMS에서 성적으로 세뇌시킨 적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반복한 데 이어,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물어보며 괴롭혔다"면서 "이에 A씨는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어했고 결국 구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 변호사는 이날 조선닷컴을 통해 “고소인은 17차례에 걸쳐 피해를 입었다. 당시 상황을 반복해 떠올리면 글로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정명석 측 변호인이 거듭 피해 사실 질문을 하자 재판부가 제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