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테슬라가 가격 낮추니 BYD도 동참…전쟁터 된 중국 車시장 [김광수의 中心잡기]

보조금 혜택 줄자 연초부터 할인 경쟁

가격인하 내몰린 업체 치킨게임 우려

전기차 판매 증가, 내연기관차는 감소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신 모델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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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안 좋아지면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가격이 많이 나가는 제품일수록 그렇죠.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자동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주거나 관련 세금을 깎아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올해 중국에선 연초부터 자동차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소비 위축을 막고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차에 제공하던 보조금 혜택이 지난해 말로 종료되자 연초부터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요. 판매량 상위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다른 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할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할인 폭이 커지다 보니 나쁠 게 없지만, 기업들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서로 가격 인하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올 들어 중국 매체에선 연일 자동차 가격 인하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테슬라였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1월 모델Y와 모델3 가격을 6~13.5% 할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최저가 기준 모델 3가 3만6000위안(약 680만 원), 모델 Y가 2만9000위안(약 550만 원) 정도 내렸습니다. 모델 Y는 한화 4000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대비 43% 싸졌습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업체인 비야디(BYD)에 중국 내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뒤 절치 부심하며 연초부터 가격 인하에 나선 것입니다. 그 결과 1월 중국 내 판매량이 6만6051대로, 작년 12월(5만5796대) 대비 18% 늘어났습니다.

작년 말로 보조금 지원이 끝나 연초부터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자 테슬라는 과감하게 가격 인하 정책을 발표해 효과를 봤습니다.

테슬라가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자 중국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했는데요. 지난해 중국을 넘어 세계 판매 1위에 오른 BYD도 지난 3월 일부 차종을 6888위안에서 8888위안 싸게 팔았습니다. 창안자동차는 많게는 10만2000위안, 한화 약 2000만원 가까이 가격을 내렸습니다.

포드도 마하E 전기 SUV 가격을 20만9900위안으로 낮췄는데요, 미국보다 1/3 정도 싼 가격입니다.

BYD도 할인 판매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BYD는 올해 1~3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한 55만2076대라고 밝혔는데요. 특히 가격을 인하한 3월 판매량이 20만7080대로, 올해 1~3월 월평균 판매(18만4025대)를 웃도는 증가 추세를 기록했습니다. BYD의 1분기 판매 대수는 42만2875대를 판매한 테슬라를 앞서며 우위를 이어갔습니다.


전기차 업체의 가격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 전기차 판매 1, 2위 업체인 BYD와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고 후발 업체들도 동참하면서 중국에서 최소 30개 이상 자동차 업체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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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중소형 업체는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버티지 못해 파산하거나 인수, 합병 될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BYD, 테슬라 외에 중국 3대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니오, 엑스펑, 리오토 등은 당분간 문제가 없다면서도 중소형 업체의 미래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전망입니다.

비야디가 지난달 2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4회 방콕 국제 모터쇼에서 전시한 돌핀 전기차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비야디가 지난달 2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4회 방콕 국제 모터쇼에서 전시한 돌핀 전기차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




전기차 업체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내연기관 모델을 사지 않고 전기차 구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난거죠. 실제로 1~2월 내연기관 준중형차와 중형차 판매량은 각각 25.7%, 26.6% 감소했습니다.

3월 들어서는 내연기관차의 할인 경쟁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둥펑자동차는 합작 브랜드인 둥펑 시트로엥·푸조·닛산·펑선 등의 모델을 최대 9만위안(약 1700만원) 할인하기 시작했습니다.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같은 독일 브랜드를 비롯해 포드, GM 등 미국 브랜드도 잇따라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더구나 중국은 7월부터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현재 생산중인 모델이 강화된 규제를 맞추지 못할 수 있는 자동차 업체에선 물량 소진을 위해 가격을 더욱 낮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 경쟁이 전쟁으로 심화되면서 여러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할인된 가격에 차를 사던 고객들은 최근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는데요. 추가로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지만 내연기관차 판매 부진 영향으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리튬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판매 감소로 리튬의 재고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의 리튬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약 34%나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2% 가량 하락했는데, 최근 한 달간 하락폭이 더 가파른 거죠. 중국 내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강봉리튬은 홍콩 증시에서 연초 대비 가격이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중국에서 신형 전기차로 반등을 노리고 있는데요. 최근 기아는 준중형 전기차 SUV 모델인 EV5의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양산차를 올해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현대차도 이달 중순 열릴 상하이모터쇼에 중국 판매용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술력이나 재정 면에서 탄탄한 현대차·기아인만큼 격화되고 있는 시장 경쟁을 기회로 삼아 중국 시장에서 반등 가능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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