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위치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한 소년이 바이올린을 손에 쥐고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었지만 연주에는 프로페셔널함과 힘이 넘쳤고 눈을 감은 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에서는 경건함까지도 느껴졌다.
연주를 마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첫 마디는 “음악은 내 전부”였다. “음악 말고는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이 소년은 ‘음악계의 우영우’라고 불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이다.
공 군은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 사회공헌 무대에서 협연 무대에 선다. 공 군은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겠다”며 “멘델스존은 우아하고 감미롭다”며 당찬 목소리로 각오를 밝혔다.
멋진 연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 군은 “즐겁고 편안한 마음이 들어가는 연주”라며 “진정한 마음으로 하는 연주가 멋진 연주”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주할 때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좋은 생각이 든다”며 하루 네다섯 시간씩 하는 연습이 힘들거나 어렵지 않다고도 이야기했다.
이번 공연은 서울시향과의 네 번째 협연이다. 야프 판즈베던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공 군은 “감독님과의 연습 모두가 좋고 만족스럽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안네 소피 무터·벤자민 슈미트·힐러리 한·리처드 용재 오닐 등을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꼽은 공 군은 “요새는 영상을 보고 클래식 지휘를 한다”며 “바렌보임·카라얀·두다멜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지휘자에 판즈베던 감독도 꼽으며 연습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날 연습실에는 판즈베던 감독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판즈베던 감독의 아들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자폐 아동을 위한 파파게노 재단도 운영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 판즈베던 감독은 보수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는 “공 군이 음악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보여 주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칭찬했다.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공연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그는 공 군의 연주를 귀 기울여 들으며 연주가 끝나자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기도 했다.
공 군은 ‘음악의 긍정적 힘’을 보여주는 표상이다. 어머니 임미숙 씨는 “음악을 하기 전에는 귀도 막고 다니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잘 먹지도 못했었다”며 “지금은 10점 만점에 8점까지 왔고 인사도 잘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임 씨는 “음악이 아이를 살렸다”며 “자폐 아동의 부모님들이 꼭 음악을 시키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 군은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해서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며 “더 많은 곡을 배우고 해석도 배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공 군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어머니 임 씨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음악은 계속 하게 하겠지만 어떤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전했다. 공 군과 같은 친구들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이슈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공연 티켓은 전석 1만 원, 판매 수입은 전액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