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급격히 식으면서 가계 여윳돈이 36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돈 쓸 곳이 많아진 기업은 자금조달 규모가 109조 원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활동 결과 발생한 국내 부문의 순자금 운용(자금 운용-자금 조달) 규모는 39조 2000억 원으로 2021년(87조 9000억 원) 대비 큰 폭 축소됐다. 가계의 여윳돈 증가에도 기업과 정부의 곳간이 비어가면서 순자금 조달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먼저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순운용 규모가 2021년 146조 9000억 원에서 2022년 182조 8000만 원으로 3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대면 소비가 증가에도 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자산 운용 규모가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이와 함께 대출금리 상승, 대출 규제 지속,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대출도 크게 줄였다. 가계의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021년 189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66조 8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가계는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식, 결제성 예금, 증권기관 예치금 등 기타예금을 중심으로 자금 운용을 줄였다. 대신 수익률과 안전성이 높은 저축성 예금은 182조 9000억 원으로 전년(82조 200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에서 17.8%로 3%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 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66조 3000억 원에서 175조 8000억 원으로 109조 5000억 원이나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채권 발행이 늘었고 민간기업 대출금도 큰 폭 증가했다. 특히 공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는 2021년 17조 1000억 원에서 2022년 48조 1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도 국세 수입 증가에도 코로나19 대응 재정집행 등으로 곳간이 거덜 났다. 정부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11조 1000억 원에서 39조 3000억 원으로 28조 2000억 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