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F등급' 고속도로에 웬 요금…불붙은 폐지론

50년 된 경인·언양울산 고속도로

제 기능 상실했지만 여전히 유료

신월여의지하차도 요금 되레 올라

'요금 톱' 경남 마창대교도 도마에

1969년 12월 29일 언양울산고속도로 개통식. 사진 제공=울산시1969년 12월 29일 언양울산고속도로 개통식. 사진 제공=울산시




잇단 물가 인상으로 고속도로 통행요금 인하를 둘러싼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도로에 대한 요금 폐지론이 확산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단골 메뉴로 나온 공약을 이행하라는 요구에 더해 타 도로와의 형평성 문제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고속도로 통행요금 폐지 요구가 가장 거센 곳은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울산지선(언양울산고속도로)다. 두 곳 모두 개통 50년을 넘긴 지역으로 20년 넘게 지역사회에서 요금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경인고속도로는 1968년 개통 후 현재까지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일평균 통행량 18만대로 도로 용량 16만 8000대를 넘어서면서 서비스 수준(LOS)은 최하위인 ‘F’ 등급을 기록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마다 3~4시간씩 상습 정체가 발생해 고속도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개통 후 50년 동안 1조 3000억 원이 넘는 수입이 발생해 유지관리비 약 6500억 원이 이미 회수됐지만 여전히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경인고속도로 시종점인 신월나들목와 연결되는 신월여의지하차도의 요금을 200원 인상할 계획이다. 요금이 인상되면 여의도로 가는 인천시민들은 통행요금을 이중으로 내야 한다. 이에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경인고속도로 무료화 추진을 검토하라며 관련 부서에 지시를 내렸다.




울산에서는 박성민 의원이 언양울산고속도로를 일반도로로 전환하기 위해 고속도로 중간에 나들목을 설치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1969년 개통된 언양울산고속도로는 50년 이상 통행료를 받아 건설비와 유지비를 제하고도 1000억 원 이상 초과 수익을 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민선 8기 공약으로 일반도로 전환을 통한 무료화를 내걸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같은 내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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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시내도로임에도 고속도로라는 이유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남해고속도로 가락요금소에 대한 무료화 요구가 거세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가락요금소는 1982년 운영을 시작한 뒤 1989년 강서구가 김해에서 부산으로 편입되면서 가락요금소와 서부산나들목은 부산 권역 내 도로가 됐다. 부산 시내도로인 데다 강서구의 팽창으로 고속도로 기능을 잃은 만큼 통행료 징수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경남에서는 거가대교와 마창대교의 통행료 반값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형차 기준 이들 대교의 통행료는 거가대교가 1만 원이고 마창대교가 2500 원이다. 1㎞당 요금은 거가대로 1220 원, 마창대교 1470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인근 민자도로인 창원부산간도로와 광안대교는 1km당 요금이 89 원, 135 원 수준이다.

개통 뒤 거가대교 통행료 수입은 1조 262억 원, 마창대교 통행료 수입은 3617억 원으로 이미 민간 사업자의 투자비를 넘었다. 이용자가 낸 요금을 제외하고도 정부에서 세금으로 사업자에게 지급한 금액이 거가대교는 4803억 원, 마창대교는 1036억 원에 달한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거가대교와 마창대교에 대한 통행료 인하를 내걸었다. 이에 경남도는 올 1월부터 거가대교 통행료를 주말에 한정해 20% 인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거가대교 통행요금 인하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고 마창대교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며 통행요금 반값을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장지승 기자·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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