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구직자들이 대기업 보다 검증된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주 40시간 미만 근무, 유연한 재택근무 등 MZ세대들의 성향을 충족하는 근로 형태나 복지 문화 등을 보유한 기업에 구직자들의 눈길이 쏠린다.
5일 채용 플랫폼 잡플래닛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재직자 근무 만족도 상위 100개 기업 중 벤처·스타트업은 총 19개로 집계됐다. 전년 13개보다 6개사가 더 늘었다. 특히 상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벤처·스타트업이 7곳으로 전년 3곳에서 눈에 띄게 늘었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공기업 등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스타트업이 그 빈공간을 채웠다”며 “검증된 스타트업들이 이미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실제 스타트업 채용정보 기업인 원티드 랩이 올 초부터 운영한 ‘100억 투자유치’ 기업 전용관의 경우 지원자가 일반 스타트업에 비해 3배 가량 많았다. 전용관은 6개월 이내 100억 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은 55개 기업의 채용 공고만 담았다. △최근 770억 원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한 학습 플랫폼 ‘콴다’ 운영사 매스프레소 △500억 원 시리즈D 투자를 받은 농축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 △490억 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비대면 모바일 세탁서비스 ‘런드리고’ 운영사 의식주컴퍼니 등이 포함됐다.
잡플래닛이 올 2월 연간 3건 이상의 채용 공고를 올린 기업 15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직원 평점 1위 기업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었다. 딜라이트룸은 평점 5점 만점에 4.9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딜라이트룸은 무제한 휴가 제도, 오전 11시~오후 5시 집중 근무시간(코어타임)만 지키면 되는 유연 근무제, 아침·점심식사 제공, 사내 체육시설, 성장 지원금 150만 원, 가족까지 종합검진 지원 등 다양한 사내 복지체계를 구축했다. 김 이사는 “개인의 성장과 높은 보상 외에도 자유로운 휴가 사용, 100% 재택 근무 등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기업에 입사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어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을 찾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며 “채용 공고를 게재할 때 ‘주 40시간 근무’ 등 구체적인 근무 조건을 명시하면 지원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전했다.
다만 스타트업이 양질의 일자리 제공처로서 확실히 자리 잡으려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미래 비전과 수익성 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스타트업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상당수는 최소한의 근로 환경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채용 후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해 대량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구직자 입장에선 리스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