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인간 예언자가 미래를 예측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변덕스럽고 불안한 인간에 의존해야 했지만 지금은 데이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SK텔레콤(017670)은 2500만 여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쏘는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이동을 분석·예측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 ‘리트머스’를 지난 2월 내놨다. 영화에서처럼 화려한 홀로그램은 아니지만 리트머스의 대시보드 위에는 언제 어디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지와 같은 예측 데이터가 90% 가까운 확률로 표시된다.
리트머스 플랫폼을 총괄하는 류탁기 SK텔레콤 인프라기술 담당은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리트머스는 통신 데이터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만나 진화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통신 3사들이 기지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치정보 분석을 제공했지만 리트머스는 여기에 맥락을 더한 서비스”라며 “기존 분석이 육하 원칙 중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에 그쳤다면 이제는 ‘왜’와 ‘어떻게’를 담는 게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특정 시점·장소에 1000명이 있다는 단순 정보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은 1000명이 어떤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떤 교통 수단을 타고 모였는지 등 맥락과 흐름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데이터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딥러닝’ 기술이다. SK텔레콤은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실제 이용자들의 이동 기록을 담은 데이터를 설문 등을 통해 대량 수집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들의 이동 속도, 체류 시간, 시점 등 특징 값들을 쇼핑, 출퇴근, 운동 등 각기 이동 행태들과 매칭해 모델을 반복 학습시켰다. 여기에 각종 교통 노선, 도시 인프라 위치 등 자료들도 결합해 더욱 세부적인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졌는 게 류 담당의 설명이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비용도 저렴해진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이동을 파악하기 위해 들이는 인프라 설치 비용와 인건비 등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류 담당은 “자동차 이동량을 파악하려면 기존에는 아스팔트를 깔고 수억 원이 드는 루프디텍터라는 고가의 장비를 수없이 설치해야 한다. 만약 고장이라도 다시 설치하는데 십수억 원 가까이 드니 사회적 손실이 크다”며 “설비도 없이 오히려 더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사용하면 사회적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며 “기존 스마트시티들은 하드웨어 인프라가 중심이 돼 왔는데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적인 체계가 더 중심이 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각종 도시 문제를 타개할 해결책은 결국 사람의 이동과 직결된다. 아직은 주로 교통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리트머스도 차츰 적용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류 담당은 “지금은 많은 프로젝트가 교통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향후 노약자나 장애인 같은 교통 약자들을 위한 이동 수단 확보와 편의 시설 확충을 위한 기초 데이터로도 사용될 수 있는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