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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 투자자와 거리 두기 하는 거래소의 패착

/출처=셔터스톡/출처=셔터스톡




“최고가가 1만 원이었는데 현재가 8원은 말도 안 된다. 무서울 지경이다”



한 코인 투자자는 커뮤니티에 퓨리에버(PURE) 코인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 강남역 납치·살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퓨리에버는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시세조종 의혹을 받았다.

퓨리에버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유일하게 코인원만 거래를 지원한다. 퓨리에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코인원은 사실상 방치하다시피했다. 지난해 퓨리에버의 시세가 급락했을 때 ‘투자 주의’ 등 어떠한 경고도 없었고, 오히려 가격이 급락하던 지난해 1월 ‘순 매수 이벤트’를 진행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 기간 퓨리에버 매매 수수료는 고스란히 코인원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퓨리에버가 코인원에 상장된 과정 또한 석연치 않다. 코인원 전 직원은 ‘뒷돈’을 받고 퓨리에버를 포함한 다수의 코인을 상장시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퓨리에버 상장부터 사후 관리까지 곳곳이 의혹 투성이다.



거래소가 생존하기 위해선 거래 지원 서비스를 최적화하고 거래 상품의 옥석 가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단순히 이익을 위해 문제의 상품에 대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으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거래소 본연의 경쟁력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가상자산 산업은 존재의 이유를 두고 기존 시스템으로부터 끊임 없이 검증을 받는데, 업계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거래소의 문제는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국회가 가상자산법 제정 논의를 재개한 시점에 이 문제가 불거져 씁쓸함이 크다. 입법안에 산업 육성책이 빠지며 코인 업계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거래소의 상장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고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현실이라면 업계의 요구는 ‘이익만을 위한 외침’으로만 보일 것이다.

퓨리에버를 둘러싼 논란이 코인원을 비롯한 가상자산거래소 모두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거래소들은 이익만 추구할 게 아니라 상장 기준과 과정, 유의 종목 사유 등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 만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산업 육성’을 외칠 근거가 된다.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 권리를 주장할 명분도 없다. 거래소가 투자자와 자꾸 거리 두기를 한다면, 그것이 곧 내리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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