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 업체로 코스닥 시가총액 1·2위를 달리며 최근 증시의 최대 관심사가 된 에코프로(086520) 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247540))가 11일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1분기 호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년 전에 비해 2~3배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실적 발표 전 82만 원을 찍으며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6% 이상 급락했다. 에코프로비엠도 강보합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전날보다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증권 업계는 에코프로 형제에 대해 “실적 상승세는 눈부시나 ‘서프라이즈’는 없었다”고 평하며 주가 수준이 ‘과열’이라는 진단을 이어갔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이 2조 1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영업이익은 1073억 원으로 161% 급증했다. 지주사인 에코프로도 매출이 2조 58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02%, 영업익은 1795억 원으로 233% 각각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양극재 수요가 증가했다”며 “2분기 실적도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은 1분기 매출 595억 원(179%), 영업이익 120억 원(2749%)을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그룹이 1년 만에 2배의 매출과 3배의 이익을 내놓자 “2차전지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놀랄 수준은 아니다’라고 봤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은 증권가 전망치 대비 517억 원(2.5%) 많았지만 이익은 64억 원(5.9%) 적었다. 에코프로 역시 매출은 1.6% 많았으나 이익은 10%가량 못 미쳤다.
양사의 주가는 또 요동쳤다. 에코프로는 개장과 함께 13% 급등하며 82만 원을 기록해 신고가를 썼지만 실적에 대한 평가가 분분해지면서 4만 7000원(6.51%) 오른 76만 90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코프로비엠은 장중 전날보다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으며 결국 2000원(0.68%) 오른 29만 4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증권 업계는 2차전지 시장의 성장세를 확인하는 한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국내 업체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부분은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에코프로 형제의 주가는 명백한 과열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에코프로는 지난해 말(10만 3000원)과 비교하면 601%, 7배나 폭등했고 지난해 1월 주가 수준에 비하면 1180%나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올 들어서만 각각 218%, 78% 뛰었다.
유안타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 주가로 26만 1000원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날 종가(29만 4500원)가 12.8% 높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증권사들의 적정 주가 컨센서스는 18만 1262원이다. 에코프로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주사는 보유 자회사 지분 가치를 30~50% 할인 평가받는다. 비상장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이 최대 3조 원 규모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하지만 내부 매출이 주력이다. 삼성증권과 증권가가 제시한 에코프로 적정 주가는 38만 원인데 이날 종가는 76만 9000원으로 2배나 높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에코프로 주가 분석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1분기 실적 성장세는 놀랍지만 시장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것은 아니었다”며 “향후 전망 역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 당분간 이를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