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차게 식었던 서울의 분양 열기가 청약 규제 완화로 조금씩 살아나면서 알짜 지역에서는 당첨 커트라인이 60점 안팎에 형성되고 최고 77점까지 기록한 단지도 등장했다. 최고 가점이 5인 가구 기준 만점인 74점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가점제 물량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인기 지역의 경우 커트라인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방 대부분의 지역은 청약 경쟁률이 ‘청약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순위 청약 329가구 모집에 1만 7013명(평균 경쟁률 57.1 대 1)이 몰렸던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의 당첨 최고 가점은 77점(84㎡A 타입)으로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외 주택형도 최고 당첨 가점이 64~77점, 최저 당첨 가점이 57~69점을 기록했다. 청약가점은 84점 만점이며 5인 가구 기준으로는 최대 74점까지 받을 수 있다. 3월 분양한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역시 최고 당첨 가점이 75점(84㎡B 타입), 최저 당첨 가점은 모든 주택형이 63점 이상이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4월 11일까지) 서울의 청약 평균 경쟁률은 54.6 대 1로 지난해(10.9 대 1)와 비교해 크게 뛰었다.
이는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되고 청약 당첨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가 폐지되는 등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완화로 실수요뿐 아니라 다주택자와 같은 투자 수요도 청약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며 “이들은 결국 투자가치가 높은 서울을 집중 공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집값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서울 외 청약 시장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전국 청약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7.5 대 1에서 올해 6.1 대 1로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대구(0.06 대 1)·경북(0.68 대 1)·전남(0.14 대 1)·전북(0.76 대 1)·충남(0.04 대 1)·제주(0.21 대 1) 등의 지역은 수요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이번 주 청약이 진행 중인 단지들도 처참한 성적이다. 울산 울주군 ‘울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는 이날 진행된 1순위 청약 93가구 모집에 단 3가구만 지원하며 0.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충남 천안 ‘북천안자이 포레스트’ 역시 346가구 모집에 204가구가 지원하며 0.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김 소장은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상황에서 지방 수요자들이 굳이 청약에 나설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별한 호재가 있거나 분양가가 시세보다 상당히 저렴한 지역이 아닌 이상 당분간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이라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지역은 여전히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모습이다. 미계약이 반복되며 35% 가까이 할인 분양한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이날 진행된 9차 무순위 청약에서 134가구 모집에 359명이 몰려 ‘줍줍’치고는 낮은 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할인 분양에도 불구하고 인근 단지에 비해 가격 메리트가 없다는 청약자들의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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