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제 어떡해…홀랑 다 타버렸어”
화마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처참했다. 매캐한 연기와 잔불 그리고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한숨만이 남았다.
11일 오전 8시 반께 강원도 강릉 난곡동 일대에서 발생한 불이 발화 약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께 진화율 100%를 달성하며 큰 고비를 넘겼으나, 당장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갈 곳을 잃어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펜션 밀집지 인근 주택에서 20년 동안 거주했다는 80대 여성 김 모 씨는 “강원도에 살면서 이렇게 큰 불을 가까이서 처음 봤다”며 “다행히 주택 초입의 나무 데크 정도만 탔지만, 당장 전기와 물을 못쓰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매캐한 연기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소된 펜션 터를 바라보며 떠나지 못하는 펜션 주인 부부도 있었다. 또 다른 주민 이 모 씨는 “화재 보험을 들어놓길 천만다행”이라며 안도감을 내보였다.
이날 5시 전국 소방 동원령이 해제되고 1단계로 대응이 하향됐지만, 주택 및 펜션가에선 소방당국이 여전히 잔불을 정리 중이었다. 좁은 골목에 대형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난항을 겪기도 했다.
진화 과정에서 난곡동에서 80대 주민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주민은 12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불로 주택, 펜션, 호텔 등 100여 채가 불에 탔고, 산림 379㏊가 소실됐다. 대피한 주민들은 현재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 탓에 부러진 나무가 전깃줄을 건드리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청은 강원 강릉시 연곡면에서 11일 오전 8시 22분께 발생한 산불은 강풍에 부러진 소나무가 건드린 전깃줄이 끊어지면서 불꽃이 튀어 산불로 확산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