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韓 로봇수술, 병원은 나는데 기업은 걸음마

서울성모병원, 수술 기술 해외 전수

세브란스는 세계 첫 3만례 수술

국내 기업, 레퍼런스 확보 어려워

美 FDA 넘어도 해외진출 안갯속

"정부, 보험 적용 등 지원 검토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의료진이 로봇 수술기를 이용해 수술하고 있다. 사진 제공=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의료진이 로봇 수술기를 이용해 수술하고 있다. 사진 제공=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병원들이 로봇 수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로봇으로 수술이 가능한 질환을 늘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고난도 수술에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병원들이 치고 나가는 가운데 기업들은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비롯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9년 4월 개원과 동시에 로봇수술센터를 개소하고 로봇 수술기 다빈치Xi 운영을 시작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은 지난달 24일 2000례를 달성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암 등 여성 질환과 함께 신장암, 위암 등에도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후두암을 비롯한 두경부암의 경우 구강이나 귀 뒤로 접근하는 차별화된 방식의 로봇 수술도 시행한다.

관련기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에서 아시아 최초 로봇수술 프로그램 교육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9년 개원한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다빈치 Xi 3대와 다빈치 SP 1대 등 4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1만 례를 달성했다. 지난 11월 방한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머물렀던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굳이 서초구에 있는 서울성모병원을 응급상황 발생시 대응 병원으로 지정한 이유도 중동지역 의사들이 10년 넘게 로봇수수술센터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있다는 게 의료계 분석이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가톨릭대 성모병원보다 앞서 로봇 수술 분야에서 표준 기술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총 9대의 수술용 로봇을 운용하고 중인 세브란스는 2021년 세계 처음으로 3만 례를 달성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술 로봇도 결국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한국 의사들의 의료 기술이 로봇 수술을 꽃피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가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중국, 인도가 아닌 한국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 로봇 기업들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병원들이 안전성 등을 이유로 글로벌 제조사 제품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힘든 탓이다. 로봇 활용에 별도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업체들이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레퍼런스가 부족하다 보니 동남아 등을 빼놓고는 해외 진출도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를 받아도 역시 레퍼런스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일부 제품은 FDA 허가를 받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시장에서 반응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초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한 정부는 환자 맞춤형 수술을 위한 지능형 수술 로봇 등의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글로벌 인더스트리 아날리스트(GIA)에 따르면 2023년 38억 5620만 달러인 세계 수슬 로봇 시장 규모는 2026년 68억 7510만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사 제품의 업그레이드 비용, 유지 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고영(098460)테크놀러지, 미래컴퍼니(049950), 큐렉소(060280) 등의 제품 가격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해외 규제기관이 높은 기술력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사업 무대를 넓히기 위한 레퍼런스 확보가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