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목표 금액에 근접하던 기부 캠페인 몇 개가 갑자기 동시에 종료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목표 금액을 한꺼번에 채웠기 때문이죠. 이전에도 몇 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름도 없이 기부금만 내고 홀연히 사라지는 ‘엔딩(ending) 요정’을 볼 때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카카오의 사회 공헌 플랫폼 ‘같이가치’를 이끌고 있는 강승원(44·사진) 팀장은 경기도 판교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보다 많은 엔딩 요정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같이가치는 2007년 다음 아고라 시절 만들어진 ‘희망모금’을 모태로 하는 사회공헌팀이다. 강 팀장은 2011년부터 합류해 12년간 팀을 이끌고 있다. 강 팀장의 활약으로 같이가치의 누적 기부금은 630억 원을 넘었고 약 1만 1000건의 프로젝트, 기부 건수 5200만 건을 달성했다.
그에게 사회 공헌이란 단순한 기부가 아니다. 취약층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고 환경·인권·젠더 등 각종 공익사업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 사회 구성원들을 참여하게 만드는 일이다. 기부에 대한 댓글을 남길 때마다 카카오에서 100원, 튀르키예·시리아 지진과 같이 대형 이슈에 대해서는 1000원씩 기부금을 내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팀장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사회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을 끌어냄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선은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모두의 행동’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이유다. 경남 남해에서 등교하는 초등생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주는 ‘빵식이 아재’ 김쌍식 씨의 ‘우리 동네 작은 가게 응원하기’와 ‘위급한 상황에 도움이 되는 소방 안전 대비 네 가지’ 등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한다면 그것이 사회 변화를 일으킬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것이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어젠다를 알리고 이를 직접 행동으로 끌어내려면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쓰고 우수 사례를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 공헌 단체들을 만날 때 항상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이야기해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2월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은 강 팀장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1월과 2월은 모금 활동이 활발한 시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해외 기부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그럼에도 긴급 모금이 시작된 지 불과 나흘 만에 100만 명 이상이 기부 캠페인에 참여했다. 지난해 울진 산불 때의 8일을 절반이나 단축한 성과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강 팀장은 “처음 모금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지난해 울진 산불 때만큼은 안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 외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며 “기부자 스스로 서로 공유하면서 참여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타까운 일도 없지 않다. 이태원 참사 때가 그랬다.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모금 계획을 세운 단체가 한 곳도 없었다. 고민 끝에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활동에 나서자고 의견을 모았다. 강 팀장은 “당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마음을 토닥이는 것밖에 없더라”며 “마음 챙김 영상을 만들어 트라우마를 줄이는 활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뜻밖의 기부 천사를 만나는 일은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면서 얻는 보람의 원천이다. 소위 ‘엔딩 요정’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목표액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모금 캠페인을 매듭짓는 것을 보면 ‘언제 다시 올까’ 하는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온라인 기부의 특성상 이름이 드러나지 않음에도 1000만 원을 모금함에 넣는 기부자나 ‘돈이 없어 댓글을 남겨요’라는 글을 남긴 초등생을 보면 아직 우리가 따뜻한 곳에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지만 유의미한 하나하나의 행동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 아닐까요. 그런 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