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리뷰] 마임만 하던 '조연' 돈키호테, 마침내 환상속 여인과 춤추다

'둘시네아'와 2인무 추가돼 주목

대표 '캐스터네츠 솔로'는 그대로

공연시간 125분…3막서 2막으로

늙은 돈키호테와 산초. 사진 제공=국립발레단늙은 돈키호테와 산초. 사진 제공=국립발레단




발레 애호가들에게는 익숙한 스토리지만 발레 초심자에게 ‘돈키호테’는 ‘이상한’ 공연이다. 제목과 달리 정작 공연의 주인공은 돈키호테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작 공연에서 돈키호테는 무대 위에서 춤은 거의 추지 않고 마임만 하다 끝난다. 국립발레단이 새롭게 재해석한 돈키호테는 무대에서 돈키호테를 더 보길 원하는 관객의 갈증을 겨냥했다.



지난 11일 사전공연(프레스콜)에서 엿본 돈키호테는 원작 공연과 달리 돈키호테의 비중이 늘었다. 발레 돈키호테는 이발사 바질과 선술집 딸 키트리의 사랑 이야기를 골자로 한다. 원작 속 돈키호테는 꿈을 좇는 늙은 기사로 바질과 키트리의 사랑을 도와주는 데 그친다. 관객들은 무대의 한 켠에 힘없이 앉아 마임을 하는 돈키호테를 볼 수 있었다.

젊은 돈키호테와 둘시네아. 사진 제공=국립발레단젊은 돈키호테와 둘시네아. 사진 제공=국립발레단




반면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좀 더 적극적이다. 젊은 돈키호테가 자신의 환상 속 여인인 ‘둘시네아’와 함께 파드 되(2인무)를 추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 명의 무용수가 빠른 분장 전환으로 늙은 돈키호테와 젊은 돈키호테를 모두 연기하는 게 특징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백발의 늙은 돈키호테가 다음 막에서 검은 머리에 발레 슈즈를 신고 힘차게 발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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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시네아를 키트리와 분리해 두 명의 무용수가 맡는 점도 원작의 공연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원작 공연에선 키트리와 둘시네아를 한 무용수가 맡았다. 밝고 통통 튀는 매력의 키트리와 우아한 아름다움의 둘시네아를 관객들이 쉽게 구분함으로써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

바질과 키트리.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바질과 키트리.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원작 공연을 선호하는 관객들을 위해 하이라이트는 그대로 살렸다.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와 ‘결혼식 그랑 파드되’ 장면 등은 원작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키트리의 솔로 32회전 푸에떼(제자리 회전), 바질이 여성무용수를 한 손으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한 손 리프트 등 화려한 발레기술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포인트다. 화려하고 정열적인 음악과 의상 등을 통해 스페인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3막으로 구성돼 3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원작과 달리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2막으로 축소됐다. 인터미션 포함해 공연 시간은 약 125분이다. 발레 애호가라면 원작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는 재미를, 발레 초심자라면 돈키호테를 좀 더 이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공연은 오는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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