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어폰을 끼고 업무를 보는 영상 편집자 이씨(32). 주로 인터뷰 영상을 편집하는 그는 응답자의 목소리와 자막 속도를 맞추기 위해 볼륨을 최대치까지 키운 채 작업을 하곤 한다. 꼼꼼한 성격 덕분에 자막 편집 후에도 음성 파일이 잘못 들어간 것은 없는지 반복 확인한 결과 이번 영상작업도 큰 수정 없이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큰 음량에 장시간 노출된 탓일까. 영상편집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귓가에 소리가 들리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웅’하고 울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나더니 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삐’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다. 일상생활까지 불편한 지경에 이르자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한 이씨는 검사 결과 이명 진단을 받았다. 증상을 방치하면 만성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서둘러 치료를 받기로 결정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삶의 일부가 된 존재가 있다. 다름 아닌 이어폰이다. 특히 과거 '콩나물'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이어폰은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 조사업체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2020년에 41%였던 무선 이어폰 사용률이 지난해 52%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에게도 이어폰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직장인 대상의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난 응답자의 76%가 ‘이어폰을 낀 채 일하는 동료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상이나 업무 중 이어폰 사용이 생활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어폰은 귀에 직접적으로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0dB 이상의 큰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귀 내부 구조가 손상돼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이 생길 위험이 크다. 조용한 곳에서 최대 볼륨의 50%만 설정해도 고막에는 70~80dB에 달하는 소리가 도달하며, 이는 대형 트럭이 일으키는 수준의 소음이다. 또한 최대 볼륨 75% 이상으로 이어폰 음량을 크게 하면 공장 소음에 달하는 90dB의 큰 소리가 전달된다.
앞서 소개된 영상 편집자 이 씨와 같이 최대 볼륨 가까이 음량을 크게 해놓고 듣는 경우 귀에 가해지는 소음은 상상 이상이란 얘기다. 이는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이명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이명은 외부에 소리를 내는 것이 없음에도 잡음이 들리는 증상으로 귀울림, 귀울음이라고도 불린다. 흔히 ‘삐, 웅, 윙’ 등 단조로운 형태의 기계 소리가 들리고 간혹 귀뚜라미 소리, 매미 소리처럼 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명의 원인은 노화에 의한 청력 감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급증한 이어폰 사용이나 도심의 소음, 스트레스 등도 주요 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명은 단순히 귀만의 문제가 아니라 턱관절 및 목 근육의 긴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조기에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근골격계 증상과 이명을 통합적으로 살펴 치료한다. 대표적인 치료법 중 하나인 침치료는 경직된 턱이나 목 주변의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근골격계 통증 및 이명 증상을 완화한다. 지속적인 이명 증상으로 인해 뇌가 일종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침치료를 통해 진정시킬 수 있으며, 귀 주변 경혈 자극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명에 대한 침치료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건강관리(Healthcar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이명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시행된 치료법이 침치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이명 환자의 의료이용 내역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침치료 시행건수는 20만3723건으로 가장 많았다.
물론 이명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 중 이어폰을 착용할 때 음량 및 사용 시간 등을 조절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볼륨을 유지하고 1시간에 10분 정도는 귀에 휴식을 주는 것이 좋다. 외부 소음으로 인해 볼륨을 올리게 된다면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이용하면 최대 12dB까지 볼륨을 줄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고막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사용하거나 혼자 있을 때는 스피커를 사용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이어폰들이 연달아 출시되면서 현대인들의 이어폰 사용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귀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당부하고 싶다. 소홀하기 쉬운 귀에도 관심을 기울여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하자.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