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제도 개편을 두고 노사(勞使)·노노(勞勞)·세대·업종 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현행 주 52시간을 최대 주 69시간으로 유연화한다는 정부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17일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근로시간 개편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를 포함한 여러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는 양상이다. 특히 주 52시간제 개편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중소기업계가 이번에도 정부안의 추진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상당한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15개 중소기업 단체들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개편안에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불규칙하고 급박한 주문에 납기를 맞추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감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바라는 건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형사 처벌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짜 야근’ 등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중소기업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일반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와 관련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 최대 근로 시간을 매주 쓰는 것처럼 해석하고 산업 현장을 공짜 야근이 만연한 곳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계는 노사의 근로 시간 선택권이 보장되고 근로자 건강권 보호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개편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도 최근 공개됐다. 중소기업 539개를 대상으로 중기중앙회가 진행한 이 조사 결과는 최근 1년간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험이 있었다는 응답이 31.2%에 달했다는 결과를 담고 있다. 근로시간 규제로 인한 어려움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곳도 18.5%나 됐다.
이들은 특히 노사 합의를 전제로 적정한 주 최대 근로 시간을 60시간(65.7%)으로 꼽았다. 한도 없이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28.8%나 됐다. 포괄임금제의 경우 폐지하면 감내하기 어렵다고 한 중소기업이 31.7%(불가능 3.5%+어려움 28.2%)로 나타났고, 영향이 없다고 한 곳과 감내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35.8%, 32.5%를 차지했다. 휴가 사용은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한다는 답변이 81.1%에 달했다.
이에 반해 2030 세대에서는 특히 주 52시간 개편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20~39세 개인회원 30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이들에게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을 통한 ‘주 69시간’이나 ‘64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결과 ‘부정적이다’고 답한 경우가 93.1%에 달했다. 긍정적이라고 한 경우는 6.9%에 불과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휴무가 안 지켜지고 총 근로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서’라는 답이 80.6%나 됐다. ‘야근, 초과근무가 만성화될 것 같아서’도 73.6%를 차지했고 ‘법을 악용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70.5%를 차지했다. △주당 근무시간 한계가 너무 긴 것 같아서 49.4% △주52시간 제도로도 충분한데 혼란만 있을 것 같아서 37.9% 등으로 집계됐다. 기업인들이 ‘공짜 야근’ 등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반감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적정 주당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35~40시간 37.6% △40~45시간 26.7%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50~55시간 6.8% △55시간 이상 1.6% 등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