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할 경제사절단이 122명의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것은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양국의 경제동맹을 더 높은 단계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첨단 신성장 산업인 바이오·디지털·반도체 분야 등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해 경제 분야에서 전략적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실시된 1차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동맹 발전을 위한 서막을 열어 놓은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윤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한국을 방문해 첫 일정으로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튿날 첫 한미정상회담에 이은 환영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하며 한미가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첨단산업 공급망에 올라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이번에 국빈 자격으로 가는 답방에서 최대 규모의 사절단과 동행하며 한미 경제동맹 역시 한 차원 더 격상하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의 경제외교의 의미는 한마디로 ‘첨단 기술 동맹 강화’”라며 “경제외교는 세 가지 키워드인 공급망, 첨단 과학기술, 첨단 기업 투자 유치로 요약된다”고 밝혔다.
한미 첨단 기업이 수십 건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한미 비지니스라운드테이블’도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된 규모보다 확대된다. 이 자리에는 4대 그룹 총수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10대 그룹, 나아가 국내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6대 경제 단체장이 참석한다. 미국에서도 퀄컴과 GM·보잉·록히드마틴 등 주요 기업들이 참석해 한국과 첨단산업 투자를 협력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은 양국 공급망 협력의 백미가 될 예정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포럼에는 양국 170여 개의 기업이 참석한다. 최 수석은 “양국 경제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 공급망 안정과 과학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우주기술을 보유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를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나사에서 근무하는 한인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된 의견도 교환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의 약 70%를 중견·중소기업 CEO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디지털과 바이오 분야 강소 기업들과 세계 최대의 바이오·디지털 클러스터를 구축한 보스턴을 찾는다. 보스턴 일정에는 글로벌 바이오기업을 일궈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보스턴에서 한국의 유망 벤처기업과 현지 벤처캐피털(VC)과 상담회를 열고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과 관련된 행사도 개최한다.
올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할 의지를 밝힌 윤 대통령은 보스턴에서 석학들과 만나 고언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방문해 세계적인 석학과 대화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버드대를 찾아가 한국 대통령 최초로 연설 형식의 강연도 진행한다. 주제는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으로 최근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과 대응 방향에 대해 연설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정치학자이자 미 국무부 차관보 정보위원장을 지낸 조지프 나이 석좌교수와 토론도 진행한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적용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수석은 “큰 틀에서 포괄적 협력 방안에 대해 양국 정상이 필요하다면 논의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