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서세원(67)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업차 캄보디아에 정착하고 있던 서씨는 20일 오후(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한인병원에서 링거를 맞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링거 주사를 맞다 쇼크사한 것이 맞는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서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이 파악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내에서도 흔히 링거라고 부르는 수액주사를 맞다 쇼크(shock)가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명 '신데렐라주사'부터 '마늘주사', '백옥주사', '비타민주사' 등에 이르기까지 피부미용 개선 및 피로회복 등의 효과를 앞세워 광고하는 병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효과 및 용법과 전혀 다르게 표현된 것으로, 어디까지나 '광고 메시지'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용·건강증진 목적의 정맥주사제의 허가 및 신고 범위 외 사용에 대한 논란과 부작용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액요법은 크게 목적에 따라 치료 또는 보충요법으로 나뉜다. 각종 질병으로 체내 수분 및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이를 교정하기 위해 투여하는 경우가 치료 목적에 해당한다. 보충요법은 다양한 원인으로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입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이 아주 적은 환자에게 필요한 수분과 전해질, 열량을 공급하는 경우다. 물론 수액을 맞다가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사망했더라도 원인을 특정하긴 어렵다. 수액 자체의 문제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심장, 신장 등의 장기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단순한 생리식염수를 많이 맞아도 폐에 물이 차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주사제 투여과정의 문제로 감염이 일어나 패혈증으로 이어진 경우도 수액성분 자체와 관련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병원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이러한 정맥주사제들이 피로회복 및 미용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판단할 만한 임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17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의료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주사제 5종에 대해 검토한 연구 결과, △티옥트산(신데렐라주사) △글루타티온(백옥주사) △푸르설티아민(마늘주사) △글리시리진(감초주사) △자하거추출물/자하거가수분해물(태반주사) 5종 모두 미용 및 피로회복 효과를 밝힌 과학적 근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피로한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일명 '마늘주사'는 비타민B1의 한 종류인 푸르설티아민이 주 성분이다. 비타민B1이 결핍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보의연에 따르면 마늘주사의 피로회복이나 항노화, 피부개선 등에 대해 효과를 입증하는 문헌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마늘주사 투여 후 가려움. 전신적 과민반응이 나타난 부작용 사례는 보고된 바가 있어 사용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의연은 2021년에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티옥트산(신데렐라주사) △글루타티온(백옥주사) △푸르설티아민(마늘주사) △글리시리진(감초주사) △자하거추출물/자하거가수분해물(태반주사) △아스코르빈산(비타민주사)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나트륨(연어주사) △히알루로니다제(윤곽주사)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 독소 A형(보톡스) 등 총 9개 주사제에 대해 문헌고찰을 수행했고, 국내 부작용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의약품부작용보고 원시자료(2010-2019)’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위해정보자료(2010-2020)’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미 미용 목적으로 허가된 보톡스 외에는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와 같은 중대한 유해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기운이 없거나 피로할 때 습관적으로 수액을 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그보다는 휴식을 취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고 적절한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권고된다. 피로 정도가 심하면 전문의와 진찰, 상담을 통해 필요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