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회계 자료가 법에 맞게 비치됐는지 사상 첫 노조 사무실 현장 조사에 나선다. 노조 회계 투명화 대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양대 노총)은 정부가 노조 운영 자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현장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노정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지 우려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1일부터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8곳을 시작으로 2주간 42개 노조에 대해 행정조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노조 회계장부를 살펴보기 위한 고용부의 현장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는 2월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 334곳에 대해 노조 회계 자료 비치 여부를 증명하라고 요청했다. 현재까지 42곳이 응하지 않았다. 42곳(산하 포함)은 민주노총 37곳, 한국노총 4곳, 미가맹 1곳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요구가 노조 운영 자주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해왔다. 고용부가 노조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속지 1장까지 요구한 데 따른 불만도 높다.
고용부는 노조 서류 비치 보전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한다. 현장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에도 질서위반행위 규제법을 적용해 과태료 제재에 나선다. 고용부가 질서위반행위 규제법을 행사하려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양대 노총은 기존 입장대로 행정조사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 맞게 국고보조금을 보고하고 조합비도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정부 요구는 월권이고 노조에 대한 자주성 침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장관은 현장 조사에 대해 “(고용부 조사 담당자와 노조 간)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도 “현장 조사 인력은 최소로 투입되고 경찰도 대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불공정 채용 대책으로 1200개 사업장에 대한 감독과 공정채용법 입법을 서두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주요 감독 대상은 그동안 채용 강요가 일어났다고 지적된 건설 현장과 청년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