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도 반도체 불황의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전망을 웃도는 10조 원 선이었지만 지난해 4분기보다는 30% 가까이 줄었다. 다만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 서비스와 고수익 사업 모델을 갖고 있어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0일 TSMC는 온라인 실적 설명회를 열고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5086억 3297만 대만 달러(약 22조 7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312억 3800만 대만 달러(약 10조 6300억 원)로 3.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5.5%로 시장 전망치인 42.4%를 넘었다.
TSMC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공정 확보 덕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선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에는 수천 가지 종류의 칩이 있다. 특정 업종에 불황이 찾아오더라도 TSMC 매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TSMC는 엔비디아·AMD 등 굴지의 반도체 설계 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5나노·7나노 등 고수익 파운드리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는 등 탄탄한 사업 모델을 보유했다.
TSMC의 1분기 실적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상황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지난해 4분기 2700억 원 영업이익으로 겨우 적자를 면한 삼성전자는 시황 악화로 올 1분기 4조 원 안팎의 영업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을 먼저 만들어놓고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메모리 사업을 메인으로 영위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내내 이어진 시황 부진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다만 TSMC 역시 반도체 불황의 영향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올 1분기 매출은 18.7%, 영업익은 28.9% 감소했다. TSMC가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영업익이 줄어든 것도 2021년 2분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TSMC는 2분기에도 수요 약세에 따라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2분기 매출 예상 범위는 1분기 매출보다 쪼그라든 152억~160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률 역시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39.5~41.5% 사이로 예상했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에도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사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