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인허가 절차를 대리한 업체 등을 압수 수색했다.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연이어 압수 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21일 서울 마포구의 설계 용역 업체 A 사를 압수 수색했다. A 사는 백현동 사업 시행사인 부동산 개발 업체 아시아디벨로퍼를 대리해 2015년 8월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등 성남시와 시의회를 상대로 사업 인허가 필요성 등을 설명·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개발은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 1265㎡에 아파트를 지은 사업이다. 15개 동 1233가구로 2021년 6월 입주를 시작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이 2015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실장 등에게 청탁해 해당 부지의 4단계(자연녹지지역→준주거지역) 용도 변경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A 사가 김 전 대표와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 모 씨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정황을 포착해 이번 압수 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앞서 20일에는 김 전 대표와 정 씨 사이의 대화 녹취록을 작성한 인천의 속기사무소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의 대화 녹음 중 ‘청취 불가’를 이유로 녹취록이 작성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 만큼 녹음 파일 원본을 확보해 정확한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피의자 소환 등 구체적인 조사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정 전 실장의 보석 청구를 구속 5개월 만에 인용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정 전 실장에 대해 사건 관련자들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조건을 걸었다. 정 씨는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참고인이나 재판 증인, 기타 이번 사건 관련자들과의 만남이나 통화·문자메시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연락이 금지된다. 제3자를 통한 간접 접촉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이번 보석으로 인한 검찰 수사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정 전 실장은 백현동 개발 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 4월∼2015년 3월 당시 김 전 대표와 115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다. 또 정 전 실장이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2015~2016년 당시 김 전 대표가 두 차례 특별 면회한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조만간 정 전 실장 소환 등 백현동 사건과 관련한 ‘윗선’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