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24일부터 약 2주간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에 대한 전격적인 현장 감사에 나선다. 한전공대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로 신발건조기나 음향기기 등 연구 관련성이 낮은 물품들을 다수 구입한 정황이 드러난 지 열흘 만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설립된 한전공대를 둘러싼 동시다발적 감사가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의 고강도 개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3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24일부터 5월 4일까지 복수의 감사 인력을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에 상주시켜 조사를 벌이는 ‘실지 감사’를 진행한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3월 개교한 한전공대의 운영 상황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공대에) 감사 일정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산업부의 감사 착수는 지난해 9월 한전 감사실과 한전공대 지원단이 실시한 업무 진단 컨설팅 결과가 최근 외부에 알려지면서 전격 결정됐다. 앞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달 18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컨설팅 결과 한전공대 임직원들이 정부나 지자체 출연금 391억 원 중 208억 원을 무단 전용해 당초 교부 용도가 아닌 자신들의 인건비를 올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법인카드 위법 사용도 16억 7000만여 원이 발견됐는데 어떤 제재나 문제 제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전공대 교수들에 대한 정착연구비는 과학기술원(KAIST) 등과 비교해 10배나 많게 책정했다”며 “한전과 한전공대의 도덕적 해이가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한전공대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한전공대 감사는 비상근직으로 한전의 감사가 이를 겸임하다 보니 제대로 된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사무총장도 “다양한 비리가 발생했는데도 한전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전과 한전공대는 한전 감사가 겸임하고 있는 한전공대 감사직을 분리해 상근직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주 감사 선임 계획안과 정관 변경안을 의결한 한전공대 이사회는 이르면 다음 주 감사 후보자 공개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한전공대는 부지 선정 관련 특혜 의혹으로도 지난달부터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타당성 논란에도 한전공대 설립을 밀어붙였는지, 부영주택이 한전공대에 골프장 부지를 기부한 대가로 잔여지에 아파트건설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용도 변경을 약속받았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한전공대를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한전과 자회사들의 출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은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 목적으로 2020년부터 4년간 총 3540억 원을 지원했다. 앞으로도 2031년까지 추가로 7000억 원 이상이 지원될 예정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전이 매년 수백억 원을 한전공대에 쏟아붓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전공대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달 21일 입장문을 통해 “(한전공대 업무 진단 결과 등에 대해) 매우 엄중히 받아들이고 감사원과 산업부 감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제도·절차 개선 등 예방 대책을 포함한 철저한 자정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이던 한전공대 문제를 부각시켜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군기 잡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