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활짝 열린 문앞의 조우영 “직장얻은 기분이에요”

항저우AG 1년 연기에 방황하다

KPGA 기록적 우승에 주가 급등

공식연습일 전날밤 러브콜받기도

“대표팀 약체 아냐, 부족함 채울 것”

조우영. 서울경제DB조우영. 서울경제DB




아마추어 국가대표 골프 선수 조우영(22·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주 조용히 어프로치 샷 연습만 할 계획이었다. 생각했던 감이 잘 잡히지 않아서 가까운 거리의 칩샷만 작정하고 연습하려고 했다.



조우영은 그러나 25일 연습장 대신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GC를 찾았다. DP월드 투어 코리아 챔피언십(KPGA 투어 공동 주관) 공식 연습 라운드였다. 친한 동료인 장희민과 함께 설레는 기분으로 18홀을 돌았다.

DP월드 투어 대회 출전은 처음. 23일 골프존 오픈 in 제주에서 10년 만의 KPGA 투어 아마추어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쓰면서 조우영에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이 찾아오고 있다.



코리아 챔피언십에 추천 선수로 나와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24일 밤이었다. 내로라하는 투어 프로 선배들을 멀찍이 따돌린 우승에 총상금 200만 달러의 큰 대회 출전권이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다. 앞서 23일에는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제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예선에서 떨어져 참가 자격이 없는 대회였는데 KPGA 투어 대회 우승으로 없던 출전권을 만들어낸 셈이 됐다. 조우영은 골프존 오픈부터 27~30일 코리아 챔피언십, 5월 4~7일 매경오픈, 그리고 스폰서 주최 대회인 5월 11~14일 우리금융 챔피언십까지 4주 연속으로 정규 투어 대회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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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은 잭 니클라우스GC에서 라운드를 한 뒤 평소 연습하던 성남의 남서울CC 연습장으로 넘어가 해질 무렵까지 어프로치 샷을 다듬었다. 좀 쉴 만도 하지 않느냐는 얘기에 그는 “부족한 게 여전히 많아서…”라며 웃었다. 지난달 KPGA 스릭슨(2부) 투어 우승부터 DP월드 투어 대회 출전까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의 급격한 변화가 놀랍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신기하기는 한데 꼭 느껴보고 싶었던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라고 했다. “뭐라 해야 할까요. 직장을 얻은 기분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조우영은 국가대표만 4년째 지내고 있다. 프로 턴도 하고 더 큰 무대도 준비해야 하는데 여러가지가 어정쩡하게 꼬여버렸다. 그러던 중 구름 사이에서 우승이 빛처럼 새어 나왔다. 조우영은 “고민의 많은 부분이 해소됐다. 제 골프에 있어 단기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아서 마음이 꽤 편해졌다”고 했다.

드라이버 샷 하는 조우영. 300야드 드라이버 샷을 똑바로 치는 조우영은 퍼트 감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사진 제공=KPGA드라이버 샷 하는 조우영. 300야드 드라이버 샷을 똑바로 치는 조우영은 퍼트 감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사진 제공=KPGA


골프존 오픈에서 조우영은 최종 라운드 초반부터 독주에 나선 끝에 2위와 4타 차로 우승했다. 6번 홀(파5)에서는 260야드나 남긴 두 번째 샷을 그대로 넣을 뻔한 ‘앨버트로스성 이글’을 터뜨리기도 했다. 조우영은 “4번 아이언으로 쳤다. 마침 바람이 드로 구질에 맞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어준 영향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아시안 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제주 대회에서는 3라운드 공동 2위 성적을 살리지 못하고 최종 공동 7위에 만족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조우영은 “그 대회 생각도 좀 났다. 당시는 ‘무조건 해야겠다’ 이런 자세였다면 이번에는 아시안게임에 맞춰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만 목표로 했기에 부담 없이 경기한 것 같다”고 했다.

평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DP월드 투어 등 해외 투어 영상을 즐겨보는 조우영은 영상 속에서 눈여겨봤던 덴마크의 호이고르 형제, 스페인의 라파 카브레라 베요, 잉글랜드 앤디 설리번의 플레이를 직접 볼 생각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조우영은 “아직 아마추어 신분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력을 증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은 단체전뿐 아니라 개인전 금메달도 노리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대표팀 구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도 들렸다. 조우영은 25일 “그런 평가를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뽑히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나온 얘기라고 넘기고 싶다”고 했다. 조우영은 27일 낮 12시 10분에 토드 클레멘츠(잉글랜드), 구드문두르 크리스트얀손(아이슬란드)과 같은 조에서 DP월드 투어 데뷔 라운드인 코리아 챔피언십 첫날 경기를 출발한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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