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업과 연관이 없는데도 주가만 띄울 목적으로 2차전지 등 미래 업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기업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집중 조사에 나선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25일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은 조사해 엄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2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별다른 실적도 없이 근래 2차전지·인공지능(AI)·로봇 등을 사업 목록에만 추가해 주가를 올린 상장사들을 중점 조사하기로 했다. 최근 단기 손실이 이어진 회사나 최대주주가 자주 바뀐 기업, 테마주로 묶여 이상 급등락 현상을 보인 업체들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나아가 이들 주식에 이른바 ‘작전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가를 부양한 뒤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얻는 행위는 불공정거래 세력이 자주 쓰는 수법으로 통한다.
금감원의 한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면서 미래 신성장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기업들을 찾겠다는 게 조사의 목적”이라며 “테마에 올라타 불공정거래에 나선 혐의가 없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25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올 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2차전지를 비롯한 미래 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또 주식·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로 손실 위험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일부 와전되면서 전날 건실한 2차전지 기업인 포스코퓨처엠(003670)·엘앤에프(066970)·삼성SDI(00640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의 주가마저 고꾸라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량한 대표 신산업 기업들은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구체적인 회사를 표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