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분기 반도체(DS)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나면서 4조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 출시 효과로 전사 적자는 막았지만 2분기에도 ‘반도체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8년 4분기 이후 15년 만에 분기 적자 현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올해 1분기(연결 기준) 매출 63조 7500억 원, 영업이익 6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부문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에서 매출 13조 7300억 원, 영업손실 4조 58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을 시장에 안겼다. DS부문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DS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26조 8700억 원 대비 49%나 감소했고 8조 450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DS부문의 핵심 사업부인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의 매출은 8조 9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0조 900억 원) 대비 56%나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대외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고객 구매심리 둔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하락 지속과 D램 포함 재고 자산평가손실 확대로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감소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위기 등 여파로 재고가 쌓인 데다 D램 등 주요 제품 가격마저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DDR4 8Gb 1Gx8)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해 3월 평균 3.41달러에서 올해 3월 1.81달러로 반토막 났다. 낸드(128Gb 16Gx8)도 같은 기간 평균 4.81달러에서 3.93달러로 하락했다.
팹리스 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 또한 구체적인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큰 폭의 실적 하락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의 경우 수요 위축 및 고객사 재고 증가에 따른 주문 감소 영향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1분기 DS부문의 실적 악화는 스마트폰이 상쇄했다. 스마트폰,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6조 2200억 원, 영업이익 4조 2100억 원을 기록했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갤럭시 S23 판매 호조 속에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3조 9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상디스플레이(VD)와 가전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에 고전하면서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주력해 1900억 원의 흑자를 내면서 지난해 4분기 적자(-600억 원)를 극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매출 6조 6100억 원, 영업이익 7800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중소형 패널의 경우 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하락했으나 폴더블 모델 확대, 플래그십 판매 호조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시장 주도권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진짜 위기는 2분기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분기도 수요 약세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DS부문의 경우 데이터센터 중심의 보수적 투자 집행 및 고객사 재고 조정 지속으로 수요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MX사업부는 “시장·중저가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면서도 “스마트폰 판매액은 감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전사 기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는 적자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적자를 기록하면 940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08년 4분기 이후 15년 만의 일이 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감산 등 효과가 본격화하는 3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재고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 속에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버·모바일 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수요 성장세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DX부문은 스마트폰과 TV 신모델 판매 확대 등을 통해 견조한 수익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6일 잠정실적 발표 당시 D램 중심으로 감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산 효과는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사상 최악의 실적 한파에도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 ‘업턴’(상승 전환기)을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미래 성장 준비를 위해 6조 5800억 원의 분기 사상 최대 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다. 시설투자 또한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인 10조 7000억 원을 투입했다. 1분기 R&D 투자 규모는 분기 영업이익(6400억 원)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악화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악의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오히려 ‘역대급’ R&D투자와 시설투자를 집행함으로써 미래 성장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