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국민연금, 韓법인도 없는 해외운용사에 수백兆 위탁 '빈축'

주식·채권 위탁 운용사 87% 국내 연고 없어

일자리 창출·세금 납부 없이 수수료만 챙겨

해외 운용사 선정 때 금융 투자업 인가 등

국내 자본시장 기여도 적극 반영 필요성 ↑





국민연금이 수백조원의 자금을 맡긴 해외 운용사들 중 80% 이상은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내 법인이 없어 고용 및 과세 의무가 없으며 금융당국의 감독도 받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 위탁 운용사 선정 시 법인 설립과 금융투자업 인가·등록 여부 등 한국 시장에 대한 기여도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채권 위탁 운용을 맡긴 56개(지난해 말 기준) 해외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문사 중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고 국내에 법인·사무소를 둔 곳은 7개사에 불과했다. 글로벌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나 JP모건자산운용 등 49개(87.5%)는 고용 및 납세 의무가 없고, 금융감독원의 감독·관리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매년 투자 및 위탁 운용 규모가 증가하는 해외 대체투자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대체투자(부동산·사모투자·헤지펀드·인프라) 부문 위탁 운용을 맡긴 166곳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업체는 37곳(20%) 정도로 파악됐다. 2012년 한국에서 운용업을 철수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을 비롯해 금융감독원에 집합투자업자로 등록조차 되지 않은 미국 벤처투자사인 탑티어캐피탈파트너스(TTCP), 스웨덴의 앤더슨부동산투자관리(AREIM) 등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위탁 운용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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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해외 운용사들에 막대한 자금을 맡기면서 수수료만 지급해 소위 ‘글로벌 봉’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액은 423조 원으로 전체 운용 기금(916조 원)의 46.17%를 차지한다. 해외 주식·채권은 313조 원(34.18%), 해외 대체투자는 110조 원(12%) 규모다. 해외 자산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3곳을 제외하면 모두 해외 운용사들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자본시장 발전을 도모하는 국부펀드로서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은 확산하게 됐다. 앞서 2012년 골드만삭스의 철수를 계기로 국민연금은 해외 위탁 운용사 선정 시 한국 사무소 여부, 직원 채용 규모, 국내 금융시장 기여도 등을 평가해 반영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관련 배점 비중이 낮아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굳이 한국에 법인을 세울 필요가 없으니 해외 운용사의 이탈을 가속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싱가포르 등과 달리 국내법상 해외 운용사들은 국내에 판매 등록이 안 된 역외펀드라도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먼저 요청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국내 법인 설립 등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으니 차라리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한국을 오가면서 영업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한 대형 해외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이 국내 기여도를 후순위로 평가하니 해외 운용사들 입장에선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금융투자업을 등록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며 “국내 금융투자업 인가도 안 받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법인이 국민연금 요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은밀히 다른 연기금도 (요청 없이) 만나 영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수익률 제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 위탁 운용사 선정 시 한국 시장 기여도를 반영하지만 장기 수익률 제고를 1순위로 둘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2013∼2022년)이 4.7%로 캐나다 CPPI(10%), 노르웨이 GPFG(6.7%), 일본 GPIF(5.7%) 등 해외 유사 기관에 비해 저조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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