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을 맞아 한국노총이 7년 만에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양대 노총 노조원 14만 명이 노동 개혁 반대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불법 시위를 엄단하겠다는 경찰의 경고 속에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시내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반면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MZ노조’는 집회 대신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나 근로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동 정책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기성 노조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4만여 명은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건설노조와 금속노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조합원들은 서울시청과 서울역·삼각지역 등을 행진하며 정부의 노동 개혁을 규탄하고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권은 우리를 건폭, 분신으로 내몰고 있고 친일본색·사대굴종으로 국민 자존심 내팽개친 글로벌 호구 이대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한국노총 조합원 5만여 명도 마포대교 남단에서 여의도로 이어지는 구간을 행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이 근로자의 날에 집회를 연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정부 측에 대화를 구걸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정부의 노동 개혁이 이뤄질 경우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도심에서 열리는 양대 노총의 집회에 170개 경찰부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하지만 여의도에서는 마포대교 남단에서 IFC몰로 이어지는 도로 전체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점거하면서 주말 나들이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만이 기득권을 누린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양대 노총을 겨냥했다. 이어 “진정한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 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동 현장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이 도심 곳곳을 점거한 사이 MZ세대 노조는 강경 집회 대신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대화와 토론에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이날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임원진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노조가 정치 구호를 외치고 반미를 주장하는 한 미래는 없다”며 “노조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정치나 이념 대신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목표로 20~30대 노조원 8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협의체다. 송시영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부위원장은 “복수 노조 허용으로 대부분 사업장에서 교섭권은 제1노조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새로고침 참여 노조 대부분은 제1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간담회 직후 페이스북에 “근로자의 날 상반된 두 개의 풍경이 있다”며 “하나는 서울시청 근처 태평로 일대를 가득 메운 거대 노조가 집회를 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시장의 한 카페에 모여 새로운 노동운동을 모색하는 새로고침 노조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