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피해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피해 주택에 한해 공공매입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 지어진 지 10년 넘은 노후 주택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자칫 피해 구제에 구멍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양측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매입임대용 주택 매입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LH는 내부 지침으로 매입대상·매입제외주택 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에 적용하는 별도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다. 임차권 등기 완료, 임대인의 기망 등 전세사기 의도 등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한 피해자는 거주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LH에 넘길 수 있는데 이때 LH는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피해자에게 저렴한 가격의 공공임대로 제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매입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주택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LH는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건령 10년 이내 주택을 매입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건축물 사용 승인일이 2013년 1월 1일 이전인 주택은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는 건령 15년 이내까지 매입을 허용했지만 신축 위주의 공급을 위해 5년 단축됐다. 또 올해부터는 내진 설계가 안 된 주택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바 있다.
국토부와 LH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계속 거주를 원하는 피해 주택이 지어진 지 10년이 넘었을지라도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기준을 손본다는 방침이다.
또 지금까지는 경매 개시된 주택은 매입 대상이 아니었는데 피해자로부터 경매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매입하는 만큼 이 기준도 삭제할 방침이다. 다만 무단 증축이나 용도 변경 등에 따른 불법 건축물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LH의 피해 주택 매입 시 가격 상한선을 둬 고가 낙찰을 방지한다.
한편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 완화로 인천 미추홀구의 피해자 대부분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봤다. 해당 지역 피해 가구 수는 2484가구로 이중 선순위 근저당권 등이 설정된 가구는 1885가구다. 이 가운데 보증금 3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7가구인데 보증금 최대 4억 5000만 원까지 인정하기로 하면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