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보다 박광온 원내대표와 먼저 만나는 것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제안한 상황에서 1년 간 막힌 여야정 간 대화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양희동 건설노동자 빈소를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저는 괘념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 민생이 너무 어렵다. 건설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만큼 갈등도 심각하다. 러시아·중국발 경제위기, 그리고 한반도 평화위기도 매우 심각하다”면서 “정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상대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존중하고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대화와 정치를 복원해서 이 어려운 민생·경제·안보 위기, 이 극단적 갈등의 골을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대통령실이 제안한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박 원내대표가 거절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 대표 취임 이후 꾸준히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하며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도 지난 2일 취임 인사차 국회를 방문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수석의 윤 대통령과의 만남 제안을 “대통령은 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라고 명확히 말하며 거절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대승적 양보 결정을 내리면서 여야정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정 만남이 성사될 경우 당장 시급한 전세사기 대책부터 노란봉투법·간호법 등 쟁점 법안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