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집회에 참여한 여고생과 여대생을 상대로 계엄군들이 성폭행을 가한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공식 확인됐다.
8일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회는 최근 계엄군 성폭력 사건 총 51건을 조사 대상으로 정해 그중 24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51건은 지난 2018년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등이 조사한 내용 17건, 광주시 보상심의자료에서 추려낸 26건, 자체 제보를 받은 8건을 합친 수다.
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성폭행 피해자들 가운데 최소 2명은 미성년 여고생으로 드러났다. 최소 2회 이상 집단 성폭행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 중 회복을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했거나 관련 치료를 받은 이들도 무려 7명에 달했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 선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운데 당시 여고생이었던 A씨는 1980년 5월 19일 다른 여성 2~3명과 함께 계엄군에 체포돼 광주 남구 백운동 한 야산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여고생 피해자 B씨는 5월 20일 새벽 언니의 집에서 돌아오던 중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1982년부터 지역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1988년부터 나주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피해자도 있었다. 당시 여고생 C씨의 유족과 주변인 등 10명은 C씨가 5월 19일 계엄군에 납치돼 광주 모처 야산으로 끌려가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가 광쭈 외곽에 버려졌다고 주장했다. C씨는 이후 광주의 한 대학에 입학한 B양은 점차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정신병원을 전전하다가 1985년 분신해 생을 마감했다.
총 51건의 조사대상 사건 중 직권조사는 43건, 피해자가 직접 신청한 사건은 8건이다. 직권조사 43건은 지난 2018년 5·18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 조사한 17건과 광주시 보상심의자료에서 뽑은 26건을 합한 수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27건의 경우 20건은 피해 당사자가 조사를 거부했으며 나머지 7건은 당사자나 가족이 사망해 조사가 불가능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피해 사실은 물론 성폭력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간대별 부대 동선을 재구성하고 시위 진압 작전 과정에서 여성과 관련한 지시사항이 있었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파헤치고 있다.
또 사건을 ‘시위 진압 작전에서 발생한 사건’, ‘외곽 봉쇄 작전에서 발생한 사건’, ‘연행·구금·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등 3개의 범주로 분류해 조사할 방침이다.
송선태 5·18조사위 위원장은 “반인도적으로 이뤄진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 위주로 신중히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당시 광주·전남 정신병원·집단수용시설 전수조사를 진행해 행방불명된 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찾아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