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계 '총파업' 카드에…간호사들도 "尹 거부권 행사 시 단체행동 고려"

간호협회, 8일부터 회원 대상 투쟁 찬반 설문조사 돌입

국제간호협의회장, 윤 대통령에 간호법 제정 요청 서신

간호법 관련 간호사 단체행동 설문조사 화면 사진. 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간호법 관련 간호사 단체행동 설문조사 화면 사진. 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




간호법 제정안과 중범죄 의사면허 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 직역 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간호사 단체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단체행동을 고려하겠다"며 맞불 작전을 놨다.



8일 대한간호협회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쟁 방법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하고 오는 15일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간협은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 반대 단체들이 이미 부분파업을 벌였고 17일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라며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간호사들의 숭고한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동안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 행위에 대해 비판해 온 만큼 총파업, 진료거부와 같은 집단 행동이 설문내용으로 직접 언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간호사 1인이 1정당에 가입하는 캠페인 등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의사집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당한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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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가 8일 오전 파멜라 ICN 회장의 간호법 제정 요청 서신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간호협회가 8일 오전 파멜라 ICN 회장의 간호법 제정 요청 서신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4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날부터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 간호법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오는 9일과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간호법 찬반 진영의 대치상황은 이번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간협은 대선후보시절 간협 회관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연달아 공개하며, 간호법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을 어필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를 맡게 되면 (간호법을) 검토해서 의료 기득권 등에 영향 받지 않고 제가 할 것이다. 믿어달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게 어떤 건지, 또 간호사들이 고생하는 건 저희가 가족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봤다. 저는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간협은 해당 영상을 가리켜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영상이라고 주장하며 간호법 발의에 동의한 국민의힘 의원 46명의 이름도 함께 공개하고 있다.

또한 간협은 이날 오전 간호법 제정을 요청하는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의 서신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ICN은 세계 135개국 약 2800만 명의 간호사와 각국 간호협회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파멜라 회장은 서신을 통해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90여 개 이상의 국가들이 간호법을 제정하고 있다"며 "간호법이 환자 안전을 보장하고 간호사의 채용과 근속을 개선하며 적절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유튜브를 통해 간호법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발언이 담긴 추가 영상을 공개하고, 간호법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유튜브 영상 캡처대한간호협회는 유튜브를 통해 간호법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발언이 담긴 추가 영상을 공개하고, 간호법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범위, 체계 등에 관한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간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 받았음에도 또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호사, 한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직역 단체는 이들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의료직역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오는 11일 2차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17일 범의료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총파업에는 대학병원 교수, 레지던트(전공의) 등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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