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View&Insight] 단통법 폐지 효과 '미미'…추가지원금 한도 상향 고려할만

◆도마위 오른 단통법

공시지원금 상한제 6년 전 사라져

법 손질해도 휴대폰값 '요지부동'

경쟁 실종 원인은 시장 포화·과점

소비자 보호 장점 살려 개선 필요


“모든게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때문이다. 폐지해야 한다.”

통신 요금과 단말기 지원금 관련 소식을 전할 때마다 나오는 독자와 통신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2014년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마케팅 경쟁이 완화하면서 소비자 편익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제와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휴대전화 구입 비용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는다. 단통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던 공시지원금 상한제가 사라진지 오래인 탓이다. 도리어 현재의 단통법은 유통 대리점의 ‘갑질’을 막는 소비자 보호법에 가깝다.



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시장경쟁촉진방안TF를 통해 단통법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통법이 통신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소비자 비판이 이어지면서 대폭 손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폐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통법을 이해하기 위해 통신비 산출 방식부터 알아보자. 통신비는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의 합이다. 단말기 가격은 출고가에서 지원금을 뺀 금액이다. 지원금은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과 일선 유통망(대리점)이 주는 ‘추가지원금’으로 나뉜다. 출고가에서 지원금을 뺀 단말가격에 통신 요금제를 더한 값이 최종 통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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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이 커지면 최종 통신비가 절감된다. 단통법이 비판 받은 원인이 여기에 있다. 단통법은 4조 1항 ‘지원금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 항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시지원금 상한액을 정하도록 했다. 통신사·제조사가 휴대전화를 염가에 공급하겠다는 것을 국가가 막아선 것이다. 덕분에 통신사와 제조사는 무한 지원금 경쟁에서 합법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해당 조항은 2017년 10월 일몰돼 사라졌다. 현재 단통법 내에서 지원금을 제한하는 조항은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라고 규정한 4조 5항이다. ‘몸통’인 공시지원금은 한도가 없고, ‘꼬리’인 추가지원금만 규정한다. 현재로선 극단적으로 출고가 115만 원인 갤럭시S23에 100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해도 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공시지원금의 15%(15만 원)의 추가지원금을 더하면 기기값은 공짜가 된다.

단말기 지원금이 적은 원인은 단통법 때문이 아니라 통신사·제조사가 스스로 경쟁을 회피하는 환경에 있다고 봐야 한다. 경쟁 실종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 포화다. 2017년 말 기준 국내 휴대전화(핸드셋) 회선 수는 5604만 개로 올 3월 5582만 개 보다도 많았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인구 감소로 가입자가 줄어드는 ‘제로섬’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벌일 이유가 없다. 단말기 시장은 LG전자·팬택 등 경쟁사가 사라지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과점시장이 됐다. 통신사도, 제조사도 지원금을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재 단통법을 폐지해서 얻을 수 있는 경쟁 요소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높이는 것 뿐이다. 이는 현행 단통법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실제 방통위는 2021년 말 추가지원금 한도를 30%로 상향하겠다고 나섰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 ‘규제’인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항도 많다. 지원금의 ‘공시’, 지원금 대신 요금을 25% 감면해주는 ‘선택약정’, 부당 계약 무효화, 단말 제조사의 사업자 차별 금지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단통법을 없앤다고 이통사 간 경쟁이 촉진되지도, 휴대전화 가격이 극적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영화 제목을 빌어 표현하자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이 단통법이다. 장점은 유지하고 단점만 개선하면 된다. 소 뿔모양을 바로 잡자고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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