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네이버 이해진, 손정의와 '거리두기' 나서나[양철민의 아알못]

네이버 "소프트뱅크와 AI 동맹 없다"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에서 선회

年손실 67조.. 소프트뱅크의 몰락

日 '라인야후'는 시너지 못보여줘

'계륵' 손정의 버리고 커머스·AI 집중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확실한 거리두기에 나섰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우버, 디디추싱, ARM, 위워크에 대한 투자로 한때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역대 최대 ‘마이너스의 손’으로 전락했다.

파산을 우려할 정도로 사세가 위축된 소프트뱅크와의 협업은 네이버 측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확실한 ‘손절’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앞서 네이버의 핵심 그룹사 ‘라인’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야후재팬’과 합병하며 일본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헛발질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속이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손실만 67조.. 추락하는 ‘손정의 신화’


9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앞서 모 매체에 보도된 ‘이해진·손정의 AI 동맹 수조원 쏟아붓는다’ 관련 기사에 대해 “당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상기 언론보도에 언급된 사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네이버는 해당 보도와 관련 지금까지 총 네차례의 공시를 통해 “당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양사간 협업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지만 이제는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이다.

네이버의 이 같은 ‘소프트뱅크 거리두기’는 신사업을 펼치기는 커녕 파산을 염려할만큼 나빠진 소프트뱅크의 재무상황과 관련이 깊다. 손정의 회장은 ‘공유경제’가 확산될 것이라 판단해 우버, 그랩, 위워크 등에 최근 10여년간 수십조원을 투자했지만 이들 사업모델과 관련한 거품이 사라지자 막대한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손실 규모만 6조2000억엔(약 67조원) 수준이다. 이 같은 손실 누적으로 손 회장은 올 2월 소프트뱅크 실적발표 자리에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불참하기도 했다. 불과 몇년전 손정의 회장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론은 물론 그의 삶을 돌아보는 위인전까지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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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투자했던 주요기업 지분을 매각하는 ‘제 살 깎아먹기’ 행태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알리바바 지분 9.1%를 340억 달러에 매각했으며, 올들어 72억달러어치를 추가 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연내 ‘팹리스의 팹리스’라 불리는 반도체 설계자산 전문업체 ARM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100억달러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무려 320억 달러를 들여 ARM을 인수했지만, 이후 자금난으로 엔비디아 측에 약 400억달러에 ARM을 매각하려 했지만 각국 반독점 당국의 불허로 실패했다.

3년넘게 성과 못내는 ‘라인야후’.. 속타들어가는 네이버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이해진 창업자는 손정의 회장을 계속 응원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통합해 2019년 출범한 ‘법인(Z홀딩스)’ 때문이다. Z홀딩스는 자회사들을 합쳐 오는 10월 ‘라인야후’라는 법인으로 통합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라인’과 ‘야후’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실제 라인과 야후재팬은 미즈호 은행 등과 일본 내 인터넷은행(라인뱅크) 설립을 최근 몇년간 추진했지만, 올 초 이 같은 작업을 갑작스레 중단하는 등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라인은 동남아와 일본 등에서 2억명에 가까운 월간 실사용자(MAU)를 보유 중이며, 야후재팬은 20년 넘게 일본 포털사이트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네이버 측은 ‘라인야후’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교두보가 될 미래 핵심성장 동력인만큼, 시장의 부정적 전망을 뒤집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라인의 신중호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통합이 진행됨에 따라 의사결정 구조가 굉장히 슬림화되고 이에 따라 빠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 또한 “소프트뱅크와의 AI 협업은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가 네이버클라우드로 옮겨가며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라인웍스 협업툴에 AI 기능을 강화하는 것 또한 이같은 협업의 결과물”이라며 소프트뱅크와의 협업 기류에 이상이 없다는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네이버 측은 ‘라인야후’의 부실한 성적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수합병 전략 등에 기반한 커머스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올 1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네이버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한 2조2804억원의 매출 및 9.5% 증가한 3305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 매출액은 서치 플랫폼 8518억원(0.2%↑), 커머스 6059억원(45.5%↑), 콘텐츠 4113억원(94.0%↑), 핀테크 3182억원(15.8%↑), 클라우드 및 기타 932억원(1.2%↑) 등으로 대부분 분야가 고루 성장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13억1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북미최대 패션 C2C 커뮤니티 ‘포시마크’의 편입 효과 등으로 커머스 부문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네이버는 올여름 차세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해 오픈AI가 선도하고 잇는 글로벌 생성형AI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생성형AI용 추론칩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AI의 상용화 사례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등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네이버 역시 하이퍼클로바X를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여 사용자 경험을 한 차원 높이고자 한다”며 “연내 일본에서 라인웍스와 같은 생산성 도구에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B2B (기업간거래)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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