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美선 갤워치로 부정맥 감지해 원격진료하는데…韓은 자가진단용 그쳐

◆'심장 리듬 알림' 美FDA 승인

하반기 신제품에 알림 기능 탑재

신체 이상징후 즉각 의료진에 전송

美·中·日 등선 연계 가능하지만

국내선 원격진료 막혀 활용 불가

"韓디지털 헬스케어는 속빈 강정"


앞으로 미국 내 갤럭시 워치 사용자들은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즉각적인 의료 조치를 받아 위급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005930) 갤럭시 워치의 불규칙 심장 리듬(부정맥) 알림(IHRN) 기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덕이다. 해당 기능은 곧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원격진료가 금지된 탓에 미국처럼 ‘즉각적 의료 조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갤럭시 워치의 헬스케어 기능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정작 삼성전자의 안방인 국내에서는 늘 ‘반쪽짜리’로만 활용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IHRN에 대한 FDA 승인을 받아 하반기에 출시할 갤럭시 워치6 시리즈에 해당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IHRN은 부정맥이 연속 감지되면 이상 징후를 알려주는 기능으로 뇌졸중과 심장마비 위협을 한층 줄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IHRN 기능 구현을 위한 센서들은 이미 갤럭시 워치4·5에도 탑재돼 있어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구형 워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FDA 승인을 받은 만큼 식약처의 승인 가능성도 높다. 국내 갤럭시 워치 사용자들이 IHRN 기능을 활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IHRN과 의료 현장 간 연계가 불가능하다. 부정맥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 내에서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하더라도 발견되지 않는 일이 잦다. 원격진료가 가능한 국가에서는 갤럭시 워치가 부정맥이 발생한 순간을 감지해 질병의 ‘증거’로 활용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자가진단 도구로만 제한된다. 실제 유사 기능을 구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 ‘메모워치(일명 심전도시계)’도 내원 판단까지만 내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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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스마트워치로 혈압·혈당 측정해 원격진료=현재 갤럭시 워치와 애플 워치는 심전도 외에도 혈압 측정, 생리 주기 예측 등이 가능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혈당 측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레이저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비침습 혈당 모니터링 기술을 보유한 독일 디아몬트테크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혈압·혈당 측정과 원격진료가 결합하면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을 필요 없이 스마트워치가 측정한 혈압과 혈당 데이터를 의료진에 전송하고 영상 채팅으로 문진한 뒤 처방한 약은 택배로 받으면 된다.

수면 측정 기능도 불면증·수면무호흡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갤럭시 워치4 이후 제품은 수면 측정 성능이 한층 강화돼 코골이 감지도 지원한다. 현재 사용자의 50%가 주 1회 이상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기존 수면무호흡 검사를 위해서는 병원에서 측정기를 낀 채 잠을 자야 했지만 갤럭시 워치는 착용한 채 잠들면 코골이 시간과 산소 포화도 등을 간단히 분석해준다.

원격진료가 허가된 미국·영국·중국·일본·브라질 등에서는 이 모든 기능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미국 의료기관·대학과 협력해 원격의료 서비스에 갤럭시 워치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내 454개 진료소와 36개 종합병원을 보유한 카이저퍼머넌트(KP)병원과 제휴를 맺고 심박·혈압·심전도 등을 활용한 원격진료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브라질에서 상파울루대 의과대학과 코로나19 환자 예후 관리는 물론 심혈관 수술 환자의 원격 모니터링도 진행 중이다. 갤럭시 워치를 이용해 환자의 수술 전후 심박수와 혈압, 산소 포화도, 수면 패턴, 심전도 등을 측정하고 비교 분석해 문제가 생길 경우 의료진이 조기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선 원격진료 불허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능 ‘반쪽짜리’=국내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모두 상상의 영역이다. 갤럭시 워치가 측정한 데이터를 의료진에 넘겨주는 것부터 비대면 진료에 해당돼 불법이다. 이에 삼성 헬스 모니터 애플리케이션은 2018년 데이터 전송 기능을 뺀 뒤에야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원격진료가 불법인 국내에서 스마트워치 사용자들이 헬스케어 기능을 ‘반쪽짜리’로 사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가 인식한 불규칙한 심장 리듬, 심전도를 의료진에 바로 전송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라며 “데이터가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실상 속 빈 강정”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의료 데이터 공유 활성화를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대면 진료 도입을 주문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되는 실정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관련 입법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갤럭시 워치의 부정맥 측정 기능 FDA 승인이 한국 식약처의 승인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윤민혁 기자·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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