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원도 인정한 성폭력 부정하고 2차 가해하는 다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다큐멘터리가 논란을 빚고 있다. 다큐 영화 ‘첫 변론’을 제작하는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공개한 관련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고 적혀 있다. 영화는 박 전 시장의 측근 등 50여 명을 인터뷰해 피해자 측의 주장을 반박한 책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다큐 형식을 표방했지만 정치인의 공과(功過)를 객관적으로 조명하지 않고 불리한 내용은 지우고 자료 영상과 측근 인터뷰만 편집해 미화했다. 다큐 예고편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등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는 듯한 내용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하지만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이어서 최소한의 객관성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반(反)인권적 행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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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조차 당시 “‘박 전 시장이 늦은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과 손톱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해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의결했을 정도다.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유족의 소송에서도 행정법원 1심 재판부가 명확하게 사실 관계를 밝히며 이를 기각했다.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는 사이비 종교 수준”이라며 “왜곡된 내용이 전파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기 진영은 미화하고 상대방은 악마화하는 다큐 영화들이 좌파와 야권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자녀 입시 비리 7대 허위 스펙 등에 대해 사실을 최종 확인하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지만 조국 전 장관을 희생자로 포장한 다큐 ‘그대가 조국’이 개봉됐다. 개봉을 앞둔 '문재인입니다’와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공격하는 ‘백년전쟁’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지지층만 의식해 진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전파하는 몰염치한 행위가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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