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돈 줄 때까지 하루종일 때렸다"…법인 세워 코인 투자금 146억 갈취한 일당 검거

경찰, 146억 원 갈취한 일당 16명 검거·8명 구속

2021년부터 1년 간 지인들에게까지 폭행·협박 지속

법인 세워 피해자 감시…갈취한 금원으로 월급 제공

피해자 A씨 "모든 걸 다 파괴시키겠다며 협박 했다"

일당들이 피해자들에게 뺏은 현금을 과시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 사진=서울경찰청 제공일당들이 피해자들에게 뺏은 현금을 과시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제 가족과 지인들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정도의 폭행과 생명에 대한 협박까지 있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짓을…그때 당시에는 진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감정만 들었습니다.”(피해자 A(35)씨)



법인 형태의 조직을 세우고 코인 투자를 빙자해 피해자에게 146억 원 가량을 갈취한 일당 16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범죄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직원들을 고용하고, 이들을 통해 피해자의 행적을 감시했다. 일당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지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폭행과 협박을 일삼으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했다.

10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김기헌 총경은 서울 마포구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코인트레이딩을 빙자해 100억 원 상당을 갈취한 일당 16명을 전원 검거하고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주범 김 모(35)씨에게는 10여 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아울러 조폭 등을 포함한 동원세력에게는 특수감금 및 특수상해, 법인 직원 등에게는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 김 씨는 지난 2021년 2월경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사업을 하며 알게 된 피해자 A씨가 코인 거래로 큰 수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했다. 김 씨는 코인에 투자를 하겠다며 9000만 원을 지급했고 실제 수익이 발생하자 이후 투자금의 30% 수익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강제했다. 하지만 점차 코인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자 A씨 뿐 아니라 A씨 회사의 직원과 가족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행과 협박이 시작됐다.

A씨는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자신의 어머니 집을 담보로 2억 45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돈을 지급했다. 돈을 지급할 때까지 폭행과 협박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A씨가 운영 중인 IT 회사의 직원과 직원의 가족, 지인들에게 차용한 금액까지도 김 씨에게 지급하는 등 상습적으로 갈취를 당했다.

피해자 A(오른쪽)씨 등 피해자 3명이 10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신원 기자피해자 A(오른쪽)씨 등 피해자 3명이 10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신원 기자



A씨는 이날 마포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씨가 처음에는 사업적으로 접근해 투자를 해달라고 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며 “잘못됐다는 걸 인지했을 때는 이미 너무 고착돼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피해와 협박,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해 정상적으로 사고를 할 수 없게 된 와중에 도망쳐 나왔다”고 피해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씨 등 일당은 피해자들을 호텔에 머물게 하며 수시로 통화 내용을 감시하고 도망칠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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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주범 김 씨가 법인을 설립해 자신은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이사, 수행비서, 홍보 직원 등을 고용해 이른바 ‘기업형 불법행위’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경영컨설팅 등 명목으로 회사를 설립했으나 사실상 범죄 수익금을 갈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 페이퍼 컴퍼니였다. 직원들은 피해자가 범죄 피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 등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김 씨는 피해자 A씨로부터 갈취한 금원을 직원들에게 월급으로 지불했고, 월급은 매월 180~3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에 달했다.

김 씨는 피해자들이 지정된 계좌 외에 개인 계좌를 사용할 경우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특정 호텔에서 피해자들을 24시간 감시하면서 이들을 폭행했다. 합의금을 ‘법인 경비’ 명목으로 제공하기 위해 20억 원 상당의 허위 차용증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주범 김 씨의 사무실에서 지난해 2월 3일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폭행 장면. 사진=서울경찰청 제공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주범 김 씨의 사무실에서 지난해 2월 3일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폭행 장면.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특히 김 씨는 지난 2021년 8월 경 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피해자 A씨의 얼굴에 헤드기어를 씌우고, 입에 수건을 물린 채 주먹과 발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하는 등 잔혹하고 집요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폭행은 금원을 가져올 때까지 하루 종일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폭행을 견디지 못한 A씨가 같은해 12월 도망을 가자 김 씨는 “A씨를 찾아주면 가라오케를 차려준다”고 A씨의 지인들을 찾아가 협박했다. 김 씨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당시 알게 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착수금을 지급하고 A씨의 행적을 쫓기도 했다. 범행에 동원된 조직폭력배 중에서는 ‘관리 대상’에 속한 ‘수원○○파’, ‘청주○○파’ 소속 조폭 2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일당은 수사기관의 추적 수사 기법인 IP추적을 통해 도주한 A씨를 찾겠다며 청주 시내 PC방까지 찾아가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고 시내 숙박업소를 뒤지고 다니기도 했다.

피해자 A씨는 “가해자들이 저와 지인들의 전화와 메일에 저장된 모든 연락처를 통해 연락을 보내 오히려 저희가 횡령을 했다는 식으로 다양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며 “2차, 3차 피해 등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들은 ‘내 말을 들으면 더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설명했고 덤볐을 때는 ‘모든 걸 다 파괴시키겠다’는 걸 보여주며 협박했다”며 “현재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사회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조직의 기업형 불법행위에 대해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수사력을 집중해 강력한 단속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조직폭력배의 불법행위를 발견할 경우 신고자의 신원은 철저하게 보장하니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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