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5%로 높은 수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중 통화량이 9조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은 올해 3월 광의통화량(M2) 잔액이 3810조 4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9조 1000억 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증감율 기준으로 0.2% 줄어들면서 전월(0.3%) 증가에서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M2는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상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을 포함한다.
M2가 감소한 것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금전신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전신탁은 8조 3000억 원 줄었는데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요구불예금도 4조 1000억 원 줄었다.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자금이 빠르게 쏠리던 정기 예적금은 수신금리 하락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 정기 예적금은 4조 2000억 원 늘었는데 이는 한은의 금리 인상 전인 2021년 5월(4조 원)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주체별로 살펴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통화량은 8조 9000억 원 증가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기타부문에서는 지방교부금 증가 등으로 5조 4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선 금전신탁을 중심으로 17조 8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3월 세금 납부와 4월 배당지급 준비 등으로 자금 수요가 많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통화량이 줄었다.
단기유동성인 M1 잔액은 1191조 4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 원 줄었다. 2022년 6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다. 다만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기업자금이 유입되면서 8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첫 증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