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첨단 바이오 육성 전략의 핵심은 선택적 집중과 속도다. 지난해 10월 첨단 바이오를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과 함께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향후 5년간 25조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 적극 육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합성생물학과 감염병 백신·치료, 유전자·세포 치료, 디지털 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기술을 중점 개발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에도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글로벌 바이오 산업은 연평균 7.6% 성장해 시장 규모가 2020년 5041억 달러에서 2027년 9114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중국·일본·영국 등 글로벌 선진국들이 첨단 바이오 전략기술 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다. 반면 한국 바이오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점유율은 3% 정도에 그치고 주요국 대비 첨단 바이오 기술력도 75~85%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산업화 가능성은 물론 안보 등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가치가 높은 첨단 바이오 중점 기술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DNA)나 세포 차원에서 접근하는 유전공학과 달리 공학적 접근으로 조립하듯 생물체 구성 요소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산업뿐 아니라 향후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기술이다. 감염병 백신·치료는 코로나19 사태로 입증됐듯 보건은 물론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요 기술로 꼽힌다. 유전자·세포 치료 기술은 한국이 세계 2위 수준의 위탁생산(CMO) 능력을 지녀 향후 글로벌 경쟁력 확보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헬스 데이터 분석·활용은 주요국들이 헬스 데이터 해외 반출 금지 등을 추진 중으로 자체적 활용 기반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R&D 속도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 핵심에는 AI와 빅데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100만 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AI를 적용하면 평균 15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물론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며 “로드맵 수립은 물론 R&D 투자와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등을 연계해 빠르게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