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아닌 취업 규칙을 통해서만 도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청소용역업체 대표 A씨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항공기 기내청소 용역업체 대표인 A씨는 2014∼2015년 직원 125명의 연장근로수당과 미사용 연차수당 총 5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맺은 근로계약서를 통해 2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으므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특정 기간의 근무 시간을 연장·단축함으로써 단위 기간의 평균 근로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제도다. 유연 근무제의 일종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단위 기간을 2주 내로 정할 때는 취업규칙에 따라야 하고, 그 이상으로 정할 때는 노동조합 등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1심은 A씨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반면, 2심은 무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직원들의 근로계약서가 근로 조건과 환경 등을 자세히 규정해 사실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법률에서 정한 방식인 취업규칙에 의해서만 도입이 가능하고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해 도입할 수 없다"며 유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직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2주 이내를 단위 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더라도 도입할 수 없고,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고 최초로 판단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