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상장회사의 자회사 물적 분할 후 재상장을 까다롭게 한 후 처음으로 상장 심사를 통과한 사례가 나왔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및 소통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기업 물적 분할에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장비 전문 기업인 필에너지는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필에너지는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필에너지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 필옵틱스(161580)의 자회사로 2020년 4월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2차전지 제조 공정 중 극판을 분리막 사이에 두고 겹겹이 쌓는 스태킹 공정 설비가 주요 제품이다. 필옵틱스가 80%의 지분을 갖고 있고 고객사인 삼성SDI(006400)가 20%를 보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측에서 대규모 수주를 통한 납품 전문화를 위해 필옵틱스에 별도 자회사 설립을 제안했고 이후 물적 분할을 진행했다. 필에너지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삼성SDI의 대규모 수주에 대응해 설비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필옵틱스는 필에너지의 상장 심사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섰다. 회사 측에 따르면 총 4차례 관련 공시를 내면서 주주 간담회 및 온라인 설문 조사 등을 3회씩 실시했다. 아울러 내년까지 총 220억 원의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는데 자회사 주식 배당을 60% 이상 실시하기로 했다. 자회사 주식 배당은 일반 주주에만 지급된다.
필옵틱스의 주주 환원 규모는 내년 이후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인 SK온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9월 물적 분할 후 재상장 시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해 주요 사항 보고서 공시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분할 후 상장 심사 강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필에너지 사례가 증시에 사실상 실종된 자회사 물적 분할 후 상장이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코스피에만 10개 이상의 기업이 자회사 물적 분할 후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필옵틱스의 적극적 주주 환원 사례가 다른 기업들에 일괄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