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흉부외과 전문의가 감기 환자 진료…인력 이탈 막으려면 근본 원인 해결해야"

[인터뷰]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이 흉부외과 개원의들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경진 기자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이 흉부외과 개원의들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경진 기자




“흉부외과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위험합니다. 설상가상 전공의 지원율이 낮아지면서 업무량 부담이 크게 늘었는데 고된 수련 과정을 마쳐도 흉부외과 전문의로 살 수 없는 현실에 내몰리는 후배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센트럴흉부외과의원 대표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인력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돼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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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흉부외과 전문의로는 드물게 30년 가까이 동네의사의 길을 걸었다. 서울에 집세를 낼 여건이 되질 않아 전문의 취득 직후인 1994년 지방에 의원을 차렸고 세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심장, 혈관질환 등 고난도 수술을 주로 하는 흉부외과는 동네의원에서 수련 경험을 살리기 쉽지 않다. 올해 3월 기준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371명이다. 그 중 81.9%(304명)가 전공과 다른 진료를 하고 있다. ‘흉부외과’ 전공을 살려 동네의원을 차린 이들이 전국을 통틀어 60명 남짓이란 얘기다.

김 회장도 처음 13년 동안은 일반의로 개원해 전공과 무관한 감기 등의 진료를 해왔다. 그는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 탓에 10년 넘게 의원을 운영하면서도 늘 적자에 시달렸다”며 “심장혈관 전문가라는 이력을 살려 하지정맥류에만 집중하기로 방향을 잡은 뒤에야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수술 건수에 욕심 내지 않고 환자 한명 한명을 꼼꼼히 챙기다 보니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왔고 고령화로 하지정맥류 환자가 늘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내려놨던 ‘흉부외과’ 간판을 내걸고 정공법을 택한 것이 주효했던 셈이다.

김 회장은 “16년동안 흉부외과 간판을 지켰어도 여전히 개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칙대로 소신 진료를 해도 환자가 조금 늘어나면 과잉진료 의혹이 제기돼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하지정맥류의 대표적 치료법인 레이저 시술은 미용 목적이란 편견이 심해 걸핏하면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한다.

최근에는 대한정맥학회 등 6개 학회가 발표한 ‘하지정맥류의 초음파검사법’ 가이드라인에 현장과 동떨어진 진단기준들이 명시돼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는 “현장은 물론 교과서 내용과도 다른 검사법이 담겨 실손보험사들과 분쟁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정석대로 진료하는 의사들마저 도매급으로 과잉진료 오해를 받는 것도 모자라 결국엔 환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심장수술의 명맥이 유지되려면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맘껏 뛸 수 있는 필드를 마련하고 기형적인 진료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보건의료 정책을 펼쳐달라”고 호소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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