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과거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 귀환 어부 100명에 대해 5개 검찰청에 16일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들은 1969년 5월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으로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등 150명 중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아직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이들 100명이다. 법원은 검찰의 청구를 검토해 적법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수사·기소 과정에서의 불법 구금 등이 확인되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앞서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이번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들과 함께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 9명에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검찰의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허물이 있을 수 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며 “어부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신속한 명예 회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일선 청에 당부했다. 대검 관계자도 “형사 처벌된 납북 귀환 어부들에 대해 검찰에서 직권으로 대규모 인원을 재심 청구하는 첫 사례”라며 “신속한 명예 회복과 권리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들은 1968년 10∼11월 동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끌려가 억류됐다. 이듬해 5월 귀환했으나 공공시설에 분산 수용돼 심문받고 경찰에서 구금 상태로 수사받았다. 당시 귀환 어부 150명 전원이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재판 도중 사망한 1명을 빼고 149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17명이 징역 1년의 실형을, 132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어민으로, 석방 뒤에도 간첩으로 낙인찍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빈곤에 시달렸다.
이날 재심청구에 대해 동해안 납북귀환어부피해자모임(대표 김춘삼)은 “검찰의 직권재심을 환영한다. 그러나 그 당시 납북 귀환 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에 있어 검찰은 방조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주도한 책임자”라며 “검찰은 직권재심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검찰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