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상향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를 상향하면서도 KIEP는 ‘더딘 복원을 향한 협소한 통로’라는 단서를 달아 회복의 속도가 지체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KIEP는 1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기존 2.4%보다 높였다고 발표했다. 2024년 전망치는 3.0%으로 전망했다. KIEP는 금융불안과 신용 긴축에 따른 장기 침체와 다극 경쟁으로 인해 국가간 이합집산으로 약화된 글로벌 정책 공조를 하반기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꼽았다. 또 공급망 다각화와 내수 전환 과정에서 중국 리스크 등 하방압력이 상방요인보다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흥종 KIEP원장은 세계경제를 말 안장에 비유했다. 김 원장은 “세계 경제가 말 안장 처럼 앞에서 보기에는 내년에도 성장하는 모습이지만 굉장히 입체적인 상태로 성장으로만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부분이 고려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KIEP는 선진국은 여전히 높은 핵심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신용위축으로 경제활동이 상당 기간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견조한 고용시장과 정점을 지난 물가 상승률이 긍정적인 요인이었지만 금융권의 신용여건과 여전히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 경직적인 서비스물가 등이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분석으로 미국은 기존 전망보다 0.6%포인트 상향돼 1.2%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봤지만 서비스물가가 높고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중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0.7%포인트 상향 조정돼 5.5%성장률이 전망됐다. 일본도 물가 안정 등 외에 중국발 인바운드 관광 회복으로 내수 부문을 중심으로 1.4% 성장이 점쳐졌다.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KIEP의 평가는 인색했다. 국내 경제성장의 상저하고의 기대를 높인 것도 중국 리오프닝이었지만 KIEP는 중국 영향이 과거의 달리 크게 감소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 원장은 “그동안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중국경제 회복과 주변국가의 경제성장의 상관관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리오프닝이 전세계 경제성장의 강력한 동인이라고 말하기에는 점점 (그 영향이)약화되고 있어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 인접국가로 큰 수혜가 기대된 동남아 국가들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아세안 5개국 역시 0.2%포인트 하락한 4.7%로 하향조정됐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의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융 불안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 압력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봤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불안 요소가 있지만, 아직 한국 자본시장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달러당 환율이 1300원 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영식 KIEP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절하가 한 달 넘게 지속되는데 한미 금리차가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경상수지 적자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대폭으로 역전돼 있지만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어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KIEP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시장 자금은 지난해 11조 원의 순유출을 기록한 뒤 올해들어 7조8000억 원의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도 지난해 69조3000억 원의 외국인 자금 순유입에 이어 올해 20조5000억 원의 순유입 상태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3월 이후 달러지수 하락세에도 글로벌 은행권 불안에 의한 리스크오프 심리와 경상수지 적자, 무역수지 14개월 연속 적자, 유가상승, 한미 금리차 확대 등이 주요국 통화에 비해 원달러 환율의 약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