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북한에 잠입했다는 이른바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선고받고 17년을 복역한 고(故) 박기래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위반죄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박씨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1974년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17년간 옥살이를 한 박씨는 2000년 특별사면을 받아 복권됐지만 2012년 사망했다. 박씨 유족은 "당시 보안사령부(보안사)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해 2020년 5월 재심이 결정됐다.
검찰은 재심에서 박씨의 법정 증언에 압박이 없었고, 변호인 도움을 받았으므로 공판조서에 담긴 진술 내용도 조작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원심은 "박씨 등은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고,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어 관련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박씨의 법정진술은 불법구금, 고문 등 가혹행위 이후의 심리상태가 법정에서도 계속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그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불복해 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