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의원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돈을 주거나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현역 의원 가운데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건 이 의원이 처음이다. 뇌물·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검찰이 녹취록을 조작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녹취록에서 촉발된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는 물론 재판까지 차츰 본궤도에 오르면서 검찰·민주당 사이에 진실 공방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19일 이 의원을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목적으로 지역본부장에게 돈을 마련·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가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지인으로부터 마련한 현금 1000만 원 가운데 900만 원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을 거쳐 지역본부장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검찰 출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돈 준 사실이 없다.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돈 봉투 의혹의 발단이 된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대해서는 “진위를 따질 수 없다”면서도 “하나는 (2021년) 3월 30일께 틀었고, 하나는 5월 3일께 틀어진 내용을 마치 하나의 연속된 일인 것처럼 묶어서 편집해 처리한 건 다분히 의도를 갖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이 의원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돈, 내가 내일 주면 안 돼? 오전 10시에 갈테니까’라는 취지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미리 준비해온 A4용지 한 장짜리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가 미리 짜인 각본에 의한 답이 정해진 결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사 일정, 내용 등이 실시간으로 유출되는 정황에 대해서도 심히 유감스럽다”며 각을 세웠다.
검찰이 이날 이 의원을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주시한 부분은 그가 자금을 조달해 뿌려지는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다. 특히 돈을 받은 현역 국회의원 여럿을 특정했다고 알려지는 만큼 실제 전달 여부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에게 돈 봉투가 뿌려지는 과정에 각각 윤관석 의원과 이 의원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구속된 강 전 위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전달된 돈 봉투는 알지 못한다며 윤 의원을 책임자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다음 주께 윤 의원을 소환하는 등 검찰이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사업가로부터 60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노 의원도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 심리로 열린 뇌물 수수, 알선 수뢰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노 의원은 이날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검찰이 확보했다는 현장 녹취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노 의원의 목소리와 부스럭거리는 돈 봉투 소리가 녹음됐다고 설명한 데 대한 반박이다. 노 의원은 “정치 검찰은 부정한 돈을 받으면서 세서 받나”며 “악의적인, 고의적인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사업가 박 모 씨에 대해서도 “단 한 차례 통화도 한 적 없고,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도 전혀 모른다”며 “전과 16범이나 되는 사람의 말만 듣고서 저를 범법자로 몰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