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6월 금리동결 가능성 시사에도 공화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장을 떠나면서 회의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24%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4%, 0.33% 내렸는데요. 장마감 후 협상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미 장은 끝난 뒤였죠.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3.72% 선까지 상승했다가 파월 의장의 발언 뒤 3.64%까지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이날 은행주는 재닛 옐런 장관이 더 많은 은행 합병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발언에 줄줄이 하락했는데요. 팩웨스트 뱅크콥(-1.88%)과 웨스턴 얼라이언스(-2.44%) 같은 지역은행 주식이 떨어졌습니다. 어닝이 예상을 못 미친 풋 락커는 27% 폭락했는데요.
오늘은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습니다. 파월 의장 발언부터 경기 상황, 지역은행, 부채한도 협상 관련 내용 전해드립니다.
“타이트한 신용 상황 성장·고용 둔화시키고 물가 낮춰”…“CME 페드워치, 6월 인상 확률 35.6%→16.8%”
이날 토마스 라우바흐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있었던 파월 발언 가운데 5가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금융안정은 됐지만 타이트한 신용상황이 경제성장과 고용, 물가에 영향을 줄 것 같다. 그 결과 정책금리는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것만큼 올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해석: 겉으로 드러나는 은행위기(뱅크런)는 끝났지만 신용긴축이 지속해 성장률과 고용 둔화하고 인플레이션도 떨어질 수 있음. 신용긴축에 따른 금리인상 효과를 고려하면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낮음. 사실상 6월 동결 가능성 시사
② “통화긴축 측면에서 많이 왔고 현재 제한적(restrictive)이다. 지금까지의 누적 긴축효과와 은행 시스템의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긴축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긴축을 너무 많이 하는 것과 너무 적게 하는 위험이 더 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데이터와 계속 바뀌는 전망을 신중히 평가할 여유가 있다”→해석: ①과 비슷한 맥락. 위험이 균형을 맞추고 있으므로 지금 당장 인상을 할 이유는 보지 못하고 있으며 시간을 갖고 앞으로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지표를 살펴보겠다는 뜻
③ “금융안정을 위한 도구와 통화정책은 개별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음. 절대적이고 완벽한 구별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음”→해석: 은행위기 때 금융안정 도구를 썼는데 그것과 물가잡기를 위한 통화정책은 구별돼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금리를 통해 은행 안정을 꾀할 수밖에 없음. 은행들 상황을 보면 추가 긴축 시 어려움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
④ “다만, (신용긴축의 효과는) 매우 불확실함. 많은 사람들이 그들 생애에 처음으로 이렇게 높은 인플레이션 경험하고 있어, 인플레를 낮추지 못하면 고통이 장기화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 증가. 높은 인플레가 생활을 매우 어렵게 하고 구매력을 줄이고 있어. 매 회의 때마다 통화정책 결정”→해석: 신용긴축 정도가 금리에 미치는 정도를 아직 정확히는 모름. 인플레가 높다는 점도 강조. 앞의 내용과 더하면 6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매파적 동결 내지 스킵(skip) 형태가 될 수 있음
⑤ “시장의 금리전망이 연준과 다른 게 연준의 인플레 억제 의지를 의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인플레 하락에 대한 전망이 다른 것이며 시장은 침체 가능성을 크게 생각하는 꼴”→해석: 연준이 금리인하가 없다고 해도 시장은 연내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신뢰도와는 관계 없다고 설명. 즉 연준의 신뢰도에 문제가 없으며 그대로 놔둬도 된다는 의미. 신뢰도 문제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 일축
이날 파월 의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과 그 문제부터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속내를 드러냈는데요.
그는 이날 “타이트한 은행 신용 조건이 성장률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 결과 정책금리는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것만큼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은행의 대출 축소에서 오는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있으니 금리는 덜 올려도 된다는 거죠. 어제까지 연준 내부에서 분출했던 금리인상 요구를 잠재운 건데요. 이 정도라면 5월 CPI에서 물가가 예상 외로 폭등(확률 크게 낮음)하지만 않는다면 인상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20분 현재 6월 0.25%포인트(p) 금리인상 확률이 16.8%로 하루 전(35.6%)에 비해 18.8%p나 빠졌는데요. 블룸버그는 “파월이 6월 금리인상 중단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습니다.
윌리엄스 “실질 중립금리 1분기 0.5% 내년까지 마이너스로”…옐런 “은행권, 더 많은 합병 필요”
이날 파월 의장은 평소와 달리 주요 멘트가 적힌 것으로 보이는 원고를 계속해서 보고 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발언과 표현이 틀릴까봐, 혹시라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까 걱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상상력을 좀더 발휘해보면, 막판에 발언 주제와 톤이 바뀌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준비 시간이 모자랐고 원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있지요.
어쨌든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에 대한 방향성은 이보다 앞서 있었던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제시했습니다. 그는 경기를 자극하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실질 중립금리(자연금리 또는 R스타)가 1분기 0.5%이며 계속 하락해 마이너스가 된다고 밝혔는데요.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4.2%, 근원 PCE가 4.6%입니다. ‘명목 금리=실질 금리+인플레’니까 1분기 실질 중립금리 0.5%에 인플레 4.2%를 더하면 4.7%로 명목 중립금리가 5% 아래라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지금 5.00~5.25%는 중립금리보다 높고 꽤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윌리엄스 총재는 “코로나19가 자연금리(중립금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코로나19의 장기적 결과는 잠재 생산량 감소지만 자연금리가 매우 낮은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며 “자연금리 추정치는 매우 부정확하며 실시간 측정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는데요.
파월 의장 발언과 윌리엄스 총재의 생각을 종합하면, △정책금리는 대략 지금 정도 수준이면 된 것 같다 △인플레 급등만 없다면 향후 금리인하가 있을 수 있다(내년 초 추정) △불확실성이 있기에 데이터는 좀 더 보긴 해야 한다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인플레 상황에 따라 중립금리는 바뀔 수 있고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큰데요.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스킵(skip)’과 ‘포즈(pause)’, 그것도 아니면 인상에서 오늘 파월 발언으로 인상은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되 아직은 향후 금리인상이 가능할 수도 있는 매파적 동결이나 ‘스킵(skip)’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습니다. 5월 CPI에 이어 6월 CPI(7월12일)까지 보면 건너 뛰는 스킵일지 쭉 인상이 없는 포즈(pause)일지 확연히 드러나겠지요. 파월도 “매 회의 때마다 결정한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일부 인사들이 금리동결로는 불충분하다고 했지만 이날 파월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은행 긴축을 고려해 연준이 금리인상을 아마도 건너뛰고(skip) 지난 금리인상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는 힌트를 줬다”고 평가했는데요.
추가로 금리인하 부분을 좀 더 설명드리면, 윌리엄스는 향후 자연금리 추정시기를 내년 말까지로 잡았습니다. 정확히 언제 자연금리가 마이너스로 들어가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1분기 0.5% 이후로 계속 낮아진다고 했는데요. 앞서 ‘명목 금리=실질 금리+인플레’ 공식을 되새겨보면, 이 실질 중립금리가 계속 감소해 마이너스까지 갈 경우, 인플레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두 개의 수치를 더한 명목 정책 금리도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동안의 말을 비춰보면 내년 초에는 가능하지 않나 싶은데요.
추가로 파월의 말을 보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보다 은행 상황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이날 있었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 관련 보도를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CNN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어제인 18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및 제인 프레이저 씨티 CEO 등과 만난 옐런 장관이 은행 산업이 계속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합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내용은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재무장관이 업계 CEO들에게 더 많은 합병이 필요하다고 한 건 향후 업황이 이렇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안 좋은 은행을 떠안을 준비를 하라는 요구인데요. 상태가 좋지 않은 은행이 더 있다는 의미죠. 이 때문에 은행권 주가가 이날 하락한 건데요. 레이몬드 제임스의 워싱턴 정책 애널리스트 에드 밀스는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부채협상 파행했다가 저녁에 재개”…“월가, 협상 끝난 것 아냐 최종합의 과정 늘 쉽진 않았어”
이날 나온 경기전망도 좋지는 않았는데요. 블룸버그가 12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경제 전문가 설문조사를 보면 올해 하반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유지됐습니다. 응답자 41명 가운데 향후 1년 내 침체 가능성을 점친 이들의 비중이 65%였는데요. 루크 틸리 윌밍턴 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의 금융비용이 높아지고 신용접근도가 제한돼 궁극적으로 하반기에 완만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2분기 GDP 전망치는 기존 0.2%에서 0.5%, 소비도 0.5%에서 1.0%로 상향 조정 됐죠. 이들은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유지되고 내년 1분기에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조사와 별도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3분기 침체 시작 실업률 최고 4.7% △UBS, 3분기 침체 시작 실업률 최고 5.4% △제프리스, 3분기 침체 시작 실업률 최대 6.5% 등을 예상하고 있죠.
부채한도 협상에서도 소식들이 이어졌는데요. 이날 오전 공화당 협상팀이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가 시작된 후 얼마 되지 않아 협상장을 갑자기 빠져나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이 움직여야 하는데 어떤 조치도 없다”며 “잠시 (협상을)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년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없다. 작년에 쓴 것보다 더 적게 써야 한다. 간단하다”고 말해 예산 규모를 갖고 계속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는데요.
하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없다는 데 양측이 동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막판 협상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는 옳을 듯합니다. B. 릴리 파이낸셜의 아트 호건은 “나는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실제 이날 저녁 양측이 협상을 다시 재개하기로 했지요. 블룸버그는 “이날 오전 협상장 분위기가 불꽃이 튀는 (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며 “과거의 부채한도 협상에서도 비슷한 중단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 상황을 보면, 마이클 하트넷 BofA 전략가는 “인공지능(AI)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며 금리인상이 끝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AI를 극찬하는 이들과는 반대죠. 베누 크리슈나 바클레이스의 전략가는 “메가캡 주식이 은행 위기 이후 S&P의 밸류에이션을 부풀리고 있다”며 “과도하게 상승 쪽에 베팅하지 마라”고 조언했습니다.
반면 기업들의 침체 우려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팩트셋이 3월15일부터 5월18일까지의 콘퍼런스 콜을 분석한 결과 S&P500 기업 가운데 100여개 사가 침체를 언급했는데 그 수치가 3분기 연속 감소라고 합니다. 부채한도를 거론한 기업은 13개밖에 안 된다는데요.
부채한도 협상은 주말 전후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는 24일 연준 FOMC 의사록과 4월 PCE(26일), 미시간대 5월 인플레 기대 최종치(26일)를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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