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향해 맞불 대응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 네덜란드를 상대로는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가 미국 주도의 첨단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보조를 맞추지 않게 하려고 강하게 설득하는 모습이다.
22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교장관이 23~24일 친강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훅스트라 장관은 방문 기간 친 부장과 중국·네덜란드 관계, 중국·유럽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반도체 관련 대중국 수출 제재에 대한 부분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네덜란드와 정치적 상호 신뢰를 심화하고 실무 협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해 세계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데 이바지하기를 원한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강국이다. 미국은 네덜란드에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했고 네덜란드는 이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으면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앞서 미국은 올해 1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일본·네덜란드 측과 협의를 통해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두 나라가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네덜란드 행정부는 3월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규제를 여름 이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가 중국을 향한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동참 신호에 화답하자 중국은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국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네덜란드를 방문하거나 접촉하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네덜란드를 방문했고 리창 국무원 총리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통화하며 네덜란드의 디커플링 동참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한 부주석은 11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에서 뤼터 총리를 예방하고 “중국과 네덜란드는 전 세계 공급망 안정에 공동으로 기여했다”며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에 동참하지 말 것을 완곡하게 요구했다. 한 부주석은 이어 ASML 경영진과도 직접 만났다.
리 총리는 16일 뤼터 총리와의 통화에서 “네덜란드가 계약의 정신과 시장 원칙, 세계 무역 규칙을 견지하고 양국 기업의 공동 이익과 글로벌 산업망 및 공급망의 원활한 흐름을 수호하길 희망한다”며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